[한경에세이] 심장이 날다, 그리고 사랑이 날다
현대의학의 정수를 꼽으라면 단연 장기이식이다. 꺼져가는 생명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놀라운 일이다.

19세기 말 각막이식 수술이 처음 시행됐지만, 혈관을 연결해 장기가 기능하도록 하는 장기이식은 혈관봉합술이 정립된 20세기 중반이 돼서야 시행됐다. 1936년 신장이식을 시작으로 1963년 간이식, 196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흉부외과 의사 크리스천 바너드가 심장이식 수술을 시행함으로써 절정에 이르렀다.

이식이 이뤄지면 장기 공여자는 그 장기의 기능을 잃게 된다. 그래서 사람마다 두 개씩 가지고 있는 신장이나 재생능력이 뛰어나 일부를 떼줘도 정상 기능을 할 수 있는 간, 조혈모세포가 좋은 이식 대상이다. 건강한 공여자가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 하나의 생명이 두 생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심장은 하나를 쪼개 이식할 방법이 없고, 재생도 되지 않는다. 하나의 생명이 온전히 다른 하나의 생명으로 옮겨가는 방법밖에 없다. 두 생명이 모두 살아 있을 수 없다.

과거 심장이식 수술 과정에서 공여자와 수혜자는 같은 수술방에 있었다. 심장이 사람 몸에서 분리되는 순간 사람뿐만 아니라 심장도 생명을 잃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수혜자의 몸과 연결돼야 했다.

하지만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심장이 사람의 몸과 분리된 상태에서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생겼다. 이후로는 공여자와 수혜자가 다른 병원에 있어도 이식이 가능하게 됐다. 처음엔 앰뷸런스로, 나중엔 헬리콥터 또는 비행기로 특수 용기에 담긴 심장을 나르게 됐다. 가까운 곳에 있는 환자가 수혜를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심장 공여자는 워낙 제한돼 있기 때문에 조금 멀다고 해서 이식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세종병원에서 말기 심부전과 사투를 벌이던 환자가 제주에서 발생한 뇌사 환자의 심장을 이식받았다. 성공적인 수술 후 지금은 완전히 회복돼 정상 생활을 하고 있다. 그분은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삶을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데 쓰겠다고 했다. 이미 여러 단체를 통해 봉사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심장은 예로부터 사람의 영혼을 담고 있는 장기로 여겨져왔다. 사랑의 상징이기도 했다. 17세기 윌리엄 하비가 심장은 영혼의 중심이 아니라 혈액을 순환하게 하는 펌프라는 사실을 밝혔지만, 그 후에도 여전히 ‘하트(heart)’는 사랑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먼 길을 날아온 심장이 다른 사람의 생명이 되고, 다른 사람의 생명은 다시 사랑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