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특례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등 주요 규제개혁 법안의 8월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완전히 새로운 내용의 규제개혁을 담은 게 아닌데도 반대파들을 넘지 못했다. 19대 국회 때부터 여야가 치열하게 다뤄온 법안임에도 또 정쟁에 발목 잡혀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됐다.

9월 정기국회로 넘겨진 규제개혁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처리되더라도 걱정이다. 논의가 ‘기·승·전·특혜논란’으로 흐르면서 규제개혁이란 말이 무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표적이다. 자산 10조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이어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매출이 50% 이상 일어나는 기업이라면 예외적으로 허용하자는 여야 간사단 절충안조차 ‘특정기업 특혜’ 논리에 막혔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법 논의에서도 대기업 특혜 논리가 걸림돌이다. 벤처기업, 스타트업, 지역기업이 나서 “우리가 먼저 죽게 생겼다. 제발 규제를 빨리 풀어달라”고 호소해도 소용없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협의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야당이 아니라 여당 내 반대파가 문제의 핵심이다. 하지만 여당 지도부는 강경파에 질질 끌려다니기만 할 뿐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떻게 규제개혁을 뒷받침하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강조해도 그때뿐이다. 의료기기, 인터넷은행에 이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통령의 세 번째 규제혁신 현장 행보만 해도 그렇다. ‘21세기 석유’라는 빅데이터 혁명, 인공지능(AI) 혁명 등이 꽃을 피우려면 보호 위주 개인정보 규제를 완화해 데이터 활용의 길을 열어주는 법제화가 시급하지만, 시민단체가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적지 않은 여당 의원들까지 동조하고 있다. 이들이 합세해 정부가 활용을 허용하겠다는 ‘가명정보’에 이런저런 제한조건들을 붙이기 시작하면 설령 법제화된들 의미가 없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물론 청와대가 책임감을 갖고 이들을 직접 설득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러다 문재인 정부 규제개혁이 모조리 ‘시늉 내기’로만 끝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