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경 통계청장이 13개월 만에 지난 주말 전격 경질됐다. 통계청장은 정치 바람을 크게 타지 않는 자리인 데다, 과거 청장들의 평균 재임기간이 2년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더욱이 황 전 청장은 현 정부와 이른바 ‘코드’가 맞는 인사였다는 점에서 교체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그는 개혁 성향의 학자로 분류돼 왔다. 청와대는 지난해 그를 임명하면서 “고품질의 국가통계 생산 및 서비스를 통해 소득주도성장을 지원할 적임자”라고 평했다. 황 전 청장 역시 “정책 맞춤형 통계 개발을 통해 새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겠다”고 호응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교체된 것이다. 관가 안팎에서는 황 전 청장이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빌미가 된 고용 및 소득분배가 나빠진 데 적극 대응하지 못한 게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1분기 가계동향에서 소득분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을 때 표본 수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 가구가 크게 늘어난 점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비판 여론을 키웠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2분기 소득분배는 더 악화된 것으로 나오자 전격 교체됐다는 해석이다.

후임 통계청장을 보면 이런 해석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출신인 강신욱 신임 청장은 1분기 소득분배 악화가 핫 이슈로 떠올랐을 때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린 장본인이다. 이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을 제외한 것이어서 ‘통계 왜곡’이란 비판을 들었지만 어쨌든 정권의 ‘입맛’에는 맞는 것이었다.

신임 청장을 맞는 통계청은 잔뜩 움츠러들 수밖에 없게 됐다. 앞으로는 ‘정권 맞춤형’ 통계만을 생산하라는 뜻으로 읽힐 수도 있어서다. 통계는 해석 방법에 따라 똑같은 현상도 180도 다른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통계청의 독립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런데 큰 과오 없이 일해온 통계청장을 뚜렷한 이유도 없이 교체한다면 누가 소신 있게 일하겠는가. 그리고 그런 통계청이 생산한 통계가 얼마나 신뢰성이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