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어제 7조원 규모의 자영업자 지원대책을 또 내놨다. 지난해보다 2조3000억원 증액했다.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에게 일자리안정자금, 근로장려금(EITC), 세액공제 등의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42조원의 일자리 예산(국회예산정책처 분석)을 투입했다. 추가경정예산 등을 합치면 54조원에 이른다는 추계도 있다. 그러고도 7월 고용 증가인원이 5000명에 그치자, 4조원의 재정 보강에다 내년 일자리 예산을 올해 증가율(12.6%) 이상으로 늘려 약 22조원을 풀겠다고 한다. 조(兆)단위 재정 투입이 거의 일상이 됐다.

이런 일련의 돈 퍼붓기 정책이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내는 게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인 일자리 정책과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국민 혈세가 아니면 지탱할 수 없는 구조란 점이다. 애초에 방향을 잘못 잡은 정책들이 밑 빠진 독처럼 수십조원의 혈세를 삼키고 있는 꼴이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상은 ‘세금주도 성장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가 근본 문제를 제쳐놓고 당장 눈에 띄는 부작용을 무마하는 단기 미봉책에 급급해 온 탓이다. 일자리를 민간이 만든다는 기본원칙을 ‘고정관념’으로 치부하고,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차등화와 결정구조 개선 등 소상공인들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당의 당대표 후보들은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재정정책 추진은 아직 제대로 시행되지도 않았다”(이해찬 의원), “효과가 나올 때까지 3년 걸리니 일관되게 밀고 가야 한다”(김진표 의원)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다. 앞으로 계속 세금으로 부작용을 메우겠다는 말로 들린다.

세금으로 소득을 늘리고 성장을 이룬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일자리 풍년’이란 미국은 지난 1년간 늘어난 일자리 240만 개의 99.7%가 민간에서 창출됐고, 공공부문은 8000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민간의 경제활력을 통해 일자리가 늘고 소득도 향상되는 게 ‘성장의 정석(定石)’인데, 정부는 이런 경로를 거꾸로 밟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고집하겠다면 국민 동의부터 구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