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IB)의 분석보고서가 주식시장을 뒤흔드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계 골드만삭스가 목표가를 반토막 낸 지난 13일 ‘바이오 대장주’ 셀트리온은 4.2% 급락했다. 모건스탠리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받은 SK하이닉스 주가가 6일 4.7%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외국계 보고서에 휘둘리는 것이 하루이틀 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점을 거듭 지적해도 의존도가 점점 확대되는 점에서 우려를 더한다.

외국계 리포트의 작성 과정은 허술한 편이다. 적은 인원이 많은 기업을 맡다보니 세세한 정보에서 국내 증권사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다. 작성자도 대부분 국내 증권사에서 옮겨간 소위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 차별성을 주장하기 어렵다. 뉴욕 홍콩 등 본사의 글로벌 시각을 참조할 수 있다지만, 팀을 구성해 종합분석하는 국내 증권사보다 결코 나은 환경이 못 된다.

그런데도 국내 기관투자가들을 중심으로 외국계 리포트 추종 현상이 두드러진다. 셀트리온과 SK하이닉스 사례에서도 리포트를 접한 기관이 경쟁적으로 매물을 쏟아내며 주가 급락을 불렀다. 외국계 IB 보고서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점을 국내 증권사들이 반박했지만 힘을 쓰지 못했다.

외국계에 대한 맹신은 자본시장 혼탁을 부추기고 있다. 리포트가 글로벌 본사 차원의 ‘포트폴리오 재조정’이나 특정 의도를 띤 거래에 악용된다는 의구심이 만만찮다. 부정적 보고서를 낼 때마다 해당 종목의 공매도 의혹이 불거지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도 셀트리온과 SK하이닉스 보고서가 발표되기 수일 전부터 공매도가 급증한 사실이 포착됐다.

많은 자본시장 종사자들이 ‘외국계의 횡포’라며 분개하지만 들여다보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을 즉시 탈출하라’고 경고한 곳은 홍콩 페레그린 등 전부 외국계였다. 대우그룹 공중분해 10개월 전에 ‘대우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 곳도 일본계 노무라였다. 지난해 외국계 IB의 ‘매도리포트 비중’은 14%지만, 한국 증권사들은 평균 0.2%에 불과했다. 할 말을 못 했고, 지금도 똑같은 데 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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