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광복 73주년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통일경제특구’와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내놔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정착되면 경기도와 강원도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남북한과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6+1’의 철도공동체를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남북 경제공동체’라는 장기 구상과 함께 세부 실행계획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한발 더 나간 제안이다. 남북 간 상시 소통채널 구축, 연내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에다 대륙으로 철도를 확장한다는 내용이 두루 담겼다. 실현될 수만 있다면 섬나라도 아니면서 섬에 갇힌 듯 살아온 한국인에게는 꿈과 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구상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미·북 간 비핵화 논의가 평행선이고, 대북 제재가 엄연한 상황에선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많지 않다. 북한의 핵폐기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 의구심도 여전하다. 사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달라진 점은 북한의 도발 중단과 미군 유해 송환 외에는 이렇다 할 게 없다. 북한이 제재 완화 등 ‘성의 표시’를 요구하지만, 체육교류나 이산가족 상봉만으로 그럴 만한 조건이 조성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문 대통령이 본격 남북경협의 단서로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한 점도 그런 현실을 인식한 것이다. 미국 측에선 남북관계와 비핵화가 별개로 진행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여러 경로로 보내왔다. 미 국무부는 어제도 “한반도 평화체제를 지지하지만 주된 초점은 비핵화”라고 밝혔다. 종전선언이든, 제재 완화든 비핵화 없이는 안 된다는 점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어떤 조건이나 형식이든 남북경협이 북한 비핵화를 추월해 갈 수는 없다. ‘경협 조급증’은 북한산 석탄 문제와 더불어 자칫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로 비칠 수도 있다. 내달 평양 남북한 정상회담 전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 할수록 북한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경제특구도, 철도공동체도 그 출발점은 북한 비핵화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