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제2의 인터넷' 시대의 新플랫폼 전쟁
인터넷 시대가 시작되면서 떠오른 산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플랫폼 전쟁이 아닌가 생각한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거대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플랫폼에 모여든 수많은 사람을 통해 어마어마한 이득을 창출해 왔다. 페이스북은 초기 서비스에는 없던 ‘좋아요’ 버튼을 2010년 도입해 이 버튼만으로 하루에 900만달러라는 놀라운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플랫폼 전쟁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이 소비자와 생산자를 한 플랫폼에 참여시킴으로써 이익을 창출하는 수많은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가 생겨났다. 이런 플랫폼 산업은 제조 기반의 전통적인 산업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설립된 지 10년밖에 안 된 에어비앤비의 시가총액이 현대자동차와 비슷하다는 것만으로도 이 산업의 파괴력과 성장성을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에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그 플랫폼을 제공하고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 존재하고, 플랫폼 제공자의 신뢰가 그 가치의 기반이 된다. 새로운 사업자의 진입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플랫폼 사업을 통한 이익을 독점하는 모델이다. 반면 새로운 모델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탈(脫)중앙화된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참여자들은 플랫폼 소유자를 통하지 않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직접 거래한다. 참여자들이 이익을 공유하고, 그들의 노력에 보상을 지급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면 블록체인 기반의 미디어 플랫폼 스팀잇(steemit)은 기존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달리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공유할 때 사용자 간의 선호도를 측정해 기여도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사용자의 글을 이용해 돈을 버는 동안 실제 사용자들은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하는 것에 비해 스팀잇은 열심히 콘텐츠를 만들고 평가하는 참여자에게 그 이익을 나눠준다. 스팀잇은 국내에서만 지난해 6월 기준 1만 명 미만이던 사용자가 8개월 사이 30배 이상 증가했다.

슬록잇은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의 결합이란 표어를 내건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다. 블록체인 기반의 스마트 도어록을 기반으로 주택 공유 플랫폼을 제공한다. 얼핏 보면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플랫폼 사업처럼 보이지만 큰 차이점이 있다. 이 서비스는 수요자가 공급자에게 에어비앤비와 같은 플랫폼 소유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스마트 도어록에 비용을 내고 그 집을 사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스팀잇이나 슬록잇과 같은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 업체는 중개자 없이 빈집이나, 자전거 또는 자동차를 공유하는 진정한 공유경제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사업 목표를 갖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화된 플랫폼 비즈니스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제공자의 중개 수수료가 사라지고 참여자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공유경제 플랫폼 시대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제2의 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비유한다.

한국은 초기 인터넷 시대에 싸이월드와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페이스북보다 먼저 시작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인터넷 실명제를 비롯한 여러 관련 규제 등으로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이 반복되는 사이 글로벌 절대강자 구글과 페이스북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수직 상승했고, 많은 사람을 미니 홈피 중독에 빠뜨렸던 싸이월드가 순식간에 몰락한 경험을 안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제2의 인터넷’ 시대에 신(新)플랫폼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제2의 페이스북, 제2의 우버 등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가 우리나라에서 꽃피우기를 간절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