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지난 7일 재생 가능한 나무 펄프와 자투리 면으로 만든 리서클 컬렉션을 선보였다. 여성용으로 출시된 원피스 재킷 바지 티셔츠 등의 제품 중 원피스는 사흘 만에 완판됐다. 다소 비싼 가격(17만9000원)에도 ‘착한 브랜드’라는 마케팅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착한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패션업체들이 친환경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재활용 원단을 사용하고 환경 보호 캠페인을 하는 등 친환경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비싸도 좋다, 착한 브랜드
◆“비싸도 착한 게 좋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브랜드의 원조는 파타고니아다. 미국 등반가 이본 시나드가 1973년 설립한 이 회사는 해마다 매출의 1%를 환경단체에 후원한다. 옷 제조 과정에서 인권을 존중하고 물 나무 산소 등의 원재료를 최대한 아끼는 게 원칙이다.

재생 가능한 원료, 인권 및 환경 보호, 좋은 품질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생산하다 보니 옷값이 비싸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열광한다. 2016년에만 712만달러를 기부했다. 연매출은 7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나우
나우
파타고니아가 최근 내놓은 리서클 컬렉션의 인기는 브랜드 철학에 공감한 소비자의 착한 소비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파타고니아는 품질을 높이기 위해 나무 펄프, 자투리 면 등을 사용해 리피브라 리오셀이라는 원단을 개발했다. 일반 면 생산 과정보다 물 사용량을 약 95% 줄였다.

천막 조각을 잘라 제품을 제작하는 스위스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이 세계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격이 수십만원에 달하지만 재활용 소재로 만든 프라이탁 가방을 메고 다니면서 ‘환경 보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드러내려는 수요가 적지 않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윤리적 기업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응답이 68.9%에 달했다. 소비활동에서 기업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응답도 83%나 됐다.

◆친환경 마케팅 활발

국내에서도 친환경 경영에 나서는 패션·뷰티기업이 늘고 있다. 아웃도어업체 블랙야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5년 미국 포틀랜드 브랜드 ‘나우’를 인수하고 지속가능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올해 3월 창립 45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지속가능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공정무역, 재활용 원단, 환경 보호, 다양성 존중 등의 가치에 초점을 맞춰 경영하겠다”고 밝혔다.

화장품업계도 착한 브랜드를 찾는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니스프리는 서울 소격동에 화장품 공병을 분쇄한 마감재로 내외부를 꾸민 매장인 ‘공병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로레알그룹의 약국화장품 브랜드 키엘도 이달 초부터 공병을 수거하는 마이리틀가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 쓴 병을 매장에 가져오면 식물을 심어 화분으로 되돌려준다.

착한 브랜드 경쟁은 명품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이달 초 발표한 구찌 이퀼리브리엄 프로젝트가 계기가 됐다. 구찌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 인류, 혁신 기술에 초점을 맞춰 환경오염을 줄이는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겠다는 10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