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번지수 잘못 찾은 국회의 현장방문
2009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수도권대기환경청 국정감사장. 2008년 한 해 서울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뉴욕 도쿄 런던 파리를 포함한 세계 5대 도시 중 최고 수준이라는 국회의원의 질타가 쏟아졌다. 당시 환노위 소속 한 의원은 “미세먼지 농도를 도쿄 수준으로 낮추면 서울 시민 평균 수명이 3.3년 늘어난다”며 정부를 다그쳤다. 이후 국내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낮은 지역으로 알려진 “백령도로 가서 살면 장수하느냐”는 자조 섞인 농담도 흘러나왔다.

10년이 흐른 2018년에도 미세먼지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답답함을 참다못한 국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불만을 쏟아냈다. 근본적인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연일 마스크를 구매하던 시민들은 마스크를 건강보험에 포함시켜 달라고 아우성이다.

국민들의 입과 코로 미세먼지가 들어가는 사이 대책 마련을 위해 출범한 국회 미세먼지특별위원회는 번지수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지난 2개월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특위는 25일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현장방문’ 명목으로 인천에 있는 대형 제철소를 찾았다. 엉뚱한 기업에 미세먼지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강행한 일정이다.

행여 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리지 않을까 우려한 회사 측은 인천 전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가운데 회사 비중이 4%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고로 제철소와 달리 인천 공장은 친환경적인 전기로로 철을 생산한다고 구구절절 설명해야 했다. 억울하지만 할 수 없었다.

현장을 방문한 한 의원은 그제야 “직접 가서 보니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많지 않았다”고 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현장방문이라며 기업을 특정해 놓고 “가보니 아니다”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이었다. “사실은 인천이 가까워서…”라는 또 다른 의원의 말은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했다. 명확한 진단과 해법 없이는 맑은 하늘을 보기 어렵다. 국회의 보여주기식 행보에 애꿎은 기업만 피해를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