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솔로몬의 지혜 필요한 '도시공원 일몰제'
2020년 7월1일이 되면 서울에서만 100여 개 이상의 공원이 사라지고, 전국적으로는 서울의 3분의 2쯤 되는 면적의 공원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간 공원인 줄 알고 약수를 뜨러 다닌 뒷산 등산로에 ‘출입금지’ 팻말이 내걸릴지도 모른다.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 때문이다.

경제성장과 함께 도시화가 진행됐을 때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집행과 재정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도시 개발과 정비·보전을 명목으로 전국적으로 서울시 면적의 10배가 넘는 7356㎢를 공원 등 도시계획시설 용지로 지정했다. 이 덕분에 많은 도시들이 반듯한 길과 공원, 아이들이 걸어서 다닐 수 있는 학교를 건설할 수 있었는데, 아직도 공원지역 중 많은 부분은 계획만 돼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제값을 주고 수용해야 할 토지를 장기간 방치한 탓에 토지 소유주들은 오랜 기간 불편을 견뎌야 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1999년 10월21일 도시계획시설 결정 이후 10년 이상 사업 시행 없이 방치하는 것은 토지의 사적 이용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후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지자체가 도시계획을 결정한 후 20년간 사업에 착수하지 않으면 결정의 효력이 상실되는 것으로 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2020년 7월1일에는 이 일몰제에 의거해 전국적으로 약 397㎢의 공원용지 결정이 실효될 전망이다.

오랫동안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토지 소유주들 고통을 헤아려야 하지만, 공원용지 결정이 실효될 경우 주민 생활 불편은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도 고민이 되는 대목이다. 가장 좋은 대안은 지금이라도 해당 지자체에서 시설용지로 지정된 토지를 매입해 원래 목적대로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2020년 7월에 당장 실효될 장기미집행 공원용지를 매입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 규모는 최소 40조원에 이른다. 올해 정부 예산 429조원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다. 재정 여건이 어느 정도 괜찮은 서울시는 예외라고 해도, 상당수 지자체의 재정 여건으로는 현실적으로 집행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발 벗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4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용지 해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밝혔다. 미래세대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자 삶의 질 차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공원을 중심으로 정책 역량을 집중, 조속한 집행 및 난개발 방지 대책 등이 필요한 지역의 보상을 위해 지방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방채에 대한 이자를 지원키로 했다. 또 지방채 발행 한도를 늘리며, 도시재생 등 현행 국고지원사업과 연계해 예산을 간접 지원함으로써 도시계획시설 장기 미집행 문제 해결을 돕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실효에 대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지자체가 수립한 집행 계획을 검토해 불요불급한 시설은 재산권 제한 해소 측면에서 단계적 해제를 유도하며, 난개발이나 부동산 투기 방지 대책도 시행키로 했다.

이번 정부 조치로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끌 수는 있겠지만, 제대로 불길을 잡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인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공원 조성을 위한 재원 확보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재원의 한계상 모든 공원을 조성할 수 없으므로 조성하지 못하는 공원지역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