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본엔 없는 '재활용 쓰레기 대란'
일본 특파원으로 부임했을 때 생활쓰레기 처리 문제로 당황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한국의 아파트에 해당하는 맨션의 생활 쓰레기 집적소에는 ‘불에 타는 쓰레기(可燃ごみ)’와 ‘불에 타지 않는 쓰레기(不燃ごみ)’ 표시만 덩그러니 있었다. 요구르트병과 플라스틱 소재의 도시락 케이스, 각종 비닐류와 종이우유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음식물 쓰레기는 어디에 버릴지를 두고 한동안 이웃 눈치만 봤다.

한국에서 분리배출하는 생활 쓰레기 대다수가 일본에선 ‘불에 타는 쓰레기’로 분류돼 소각 처리된다. 처음에는 일본 사회가 환경 문제에 무감각하고 제도가 후진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일본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을 다시 보게 된 계기가 최근 한국에서 빚어진 ‘재활용 쓰레기 대란’ 사태다.

일본에선 수집 및 처리가 편리한 플라스틱 음료 용기나 유리병류, 알루미늄캔을 비롯 신문과 대형 포장박스처럼 규격화된 종이류만을 재활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생수나 음료수를 담았던 플라스틱 용기는 레이블을 제거한 뒤 지정된 장소에 버리도록 해 재활용에 드는 일손을 줄인다. 재활용 효율이 높은 물건만 집중적으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에선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물건을 버릴 때 원재료가 플라스틱인지 비닐인지 종이인지를 따져 따로 버려야 한다. 막상 고생스럽게 나눈 쓰레기가 제대로 재활용되는지는 관심 밖이다. 어떤 쓰레기로 분류할지 난감한 재료도 적지 않은 탓에 ‘이 물건이 재활용 쓰레기가 맞냐, 아니냐’로 경비원과 주민 간 신경전이 빚어지는 장면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힘들게 따로 모은 음식물 쓰레기마저 각종 이물질이 들어 있기 일쑤고 상한 음식이 적지 않다. 사료로 쓸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토양 염분을 증가시켜 퇴비로도 이용하기 힘들다고 한다.

일본의 생활쓰레기 재활용 정책이 결점이 전혀 없는 ‘이상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보다는 합리적·효율적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는 고비용·저효율의 한국 쓰레기 재활용 시스템을 차제에 재검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