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더블스타 CEO의 황당한 초청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이 16일 국내 언론을 상대로 기자간담회를 예고했다. 장소는 중국 칭다오에 있는 더블스타 본사. 참석을 희망하는 대상은 한국경제신문을 포함한 일부 국내 언론이다.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위해 채권단과 협상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기술력만 빼먹고 버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유일한 걸림돌이다.

더블스타는 기자간담회라는 자리를 빌려 자신들의 진정성을 한국 언론에 설명하고 싶단다. 기술력만 빼먹고 버리지 않을 것이며, 신규 투자도 과감하게 할 것이며, 일정 기간 직원 고용도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기분이 영 개운치 않다. 기자간담회 방식이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고압적이기 때문이다. 소수 언론매체를 대상으로, 그것도 자비를 들여 칭다오까지 날아오라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산은 실무자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더블스타가 자신들의 진정성을 호소하려면 금호타이어 노조를 찾아가거나 한국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맞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기자간담회 참석을 제안한 시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블스타는 지난 13일 오후 국내 언론에 기자간담회 참석 여부를 물었다. 간담회를 불과 사흘 남겨둔 시점이다. 중국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적어도 24시간이 필요하다. 14일 비자를 신청해 15일 비자를 받고, 다음날인 16일 새벽 칭다오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정식으로 취재비자를 발급받으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업계에서는 2010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그룹과 비교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부회장(현재 회장)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마자 한국을 찾아 기자회견을 했다. 노조를 찾아가 자신들의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차이융썬 회장은 금호타이어 노조를 한 번도 찾지 않았고, 한국에서 기자회견한 적도 없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1차 인수 시도 때도 그랬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