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공직사회를 향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부터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며 “공무원이 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혁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근 잇따른 안전 사고 및 정책 혼선과 관련, 공직 기강을 다잡겠다는 의지가 담긴 말이다. “복지부동, 무사안일, 탁상행정 등 부정적 수식어가 더 이상 따라붙지 않도록 하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모든 정책은 수요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책의 당위와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결과가 되기 십상”이라고도 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며 옳은 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 재건축 정책, 가상화폐 규제를 비롯한 주요 정책들이 현장과 괴리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면서 적잖은 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각 부처는 대통령의 지적사항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수동적이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공직사회의 전형적인 소극성에서 벗어나 현장으로 뛰어드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새 정부 들어 유독 정부 각 부처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존재감 역시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득권 집단에 포위돼 규제 개혁에 머뭇거리는 구태 역시 청산돼야 마땅하다.

청와대와 여당도 되돌아봐야 할 게 적지 않다. 최근 갈등과 부작용, 혼란을 낳고 있는 정책의 상당수는 대통령선거 공약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들이다. 비정규직 등 노동정책, 교육 및 복지정책 등이 그렇다. 공약 이행에 매달리느라 현장 의견 수렴과 소통이 부족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장관들의 말을 청와대가 뒤집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걸 정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집권 9개월째다. 초기의 흥분과 혼란에서 벗어나 이제는 당·정·청이 소통과 조율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