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학한림원이 발표한 ‘코리아 바이오헬스의 도전과 과제’ 보고서는 흔들리는 바이오산업의 위상을 보여줬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 분야 신흥국 평가에서 한국은 2016년 싱가포르와 함께 상위권에 포함됐으나, 지난해엔 말레이시아 등이 속한 중위권으로 추락했다.

올해 국가 R&D 예산은 19조7000억원에 이른다. 국내총생산 대비 R&D 투자 비율이 4.29%(2016년 기준)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하지만 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학재단이 2015년 집계한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수는 5만1051편으로 세계 12위였다. 반면 SCI 논문 한 편당 피인용 횟수는 평균 4.55회로, 세계 32위에 그쳤다.

과학계는 관료가 명령을 내리고 연구비를 나눠주는 ‘정부 주도 R&D’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와 연구기관은 감사원 국회 등의 평가를 의식해 논문 수 등 단기 성과를 선호할 수밖에 없어서다. 주요 과제일수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특혜시비를 우려해 프로젝트를 여러 개로 쪼개 발주하기도 한다. 융·복합 연구를 가로막는 부처 기득권과 칸막이 풍토도 정부 주도 R&D의 또 다른 폐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경쟁적으로 비슷한 국책과제를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 같은 부처 내에서도 국·실이 다르면 연구 성과가 공유되기 어렵다.

국가 R&D가 성과를 내려면 기업인 등 현장 전문가들이 주도권을 갖고 중·장기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연구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민간과 기업이 주체적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해 실패 경험을 축적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적인 원천기술이 탄생하고 신(新)성장산업의 미래도 밝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