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세계 최초로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의사 처방 없이 사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영국 의약품안전청(MHRA)은 28일(현지시간)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비처방 의약품으로 개발한 ‘비아그라 커넥트’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MHRA는 안전성 평가, 인간의약품위원회의 조언, 여론 수렴 결과 등을 감안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전문의약품으로 개발된 발기부전 치료제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한 것은 영국이 처음이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달리 일반의약품은 의사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MHRA의 이번 결정으로 18세 이상 영국 남성은 약국에서 약사와의 상담만으로 비아그라를 살 수 있게 됐다. 다만 심장 질환, 심혈관 질환, 간 손상, 심각한 신장 질환 등이 있거나 비아그라를 복용했을 때 부작용이 예상되는 약을 먹고 있는 사람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화이자는 이르면 내년 봄께 영국 시장에 비아그라 커넥트를 출시할 계획이다.

최초의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는 1998년 첫 출시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번거로움 때문에 적잖은 ‘가짜 비아그라’가 암시장을 통해 유통돼 왔다. 지난 5년간 영국 내에서 5000만파운드(약 723억원)에 달하는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가 적발됐다. MHRA가 약물 오남용 위험에도 불구하고 비아그라 커넥트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한 것은 이 같은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믹 포이 MHRA 의약품위험관리팀장은 “발기부전은 사람을 황폐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빠른 합법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며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가짜 약을 온라인에서 구매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법 비아그라가 유통되는 문제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의약품 온라인 불법 판매(1만8949건)의 54%가 발기부전 치료제(1만342건)였다. 2012년(2383건)에 비해 5배로 늘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