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양날의 칼' 트럼프노믹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경제개혁이 시작됐다. 월가의 투자자 스티브 므누신, 윌버 로스, 게리 콘을 각각 재무장관, 상무장관, 국가경제위원장에 발탁함으로써 친시장, 친기업 중심의 트럼프노믹스를 천명했다.

성장, 일자리, 시장이 트럼프 개혁의 세 가지 키워드다. 일차적으로 2%대의 성장률을 4%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핵심 수단은 대규모 감세다. 약 5조8000억달러 규모의 감세를 통해 투자와 소비를 촉진한다는 구상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3%로,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낮추고 상속세도 폐지할 방침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추진한 1986년 세제개혁과 비슷하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은 기업활동을 촉진하고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환영했다. 최근의 증시 활황은 감세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다. 문제는 감세 혜택이 상위 소득계층에 집중되는 부자 감세 논란이다. 조세정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상위 1%에 51%, 상위 10%에 71%의 혜택이 집중된다. 재정수지 악화도 문제다. 무디스 어낼리틱스의 마크 잔디는 감세가 이뤄지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3.5%에서 2025년께 10%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자리 창출은 트럼프노믹스의 또 다른 축이다. 트럼프는 향후 10년간 2500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보호무역 정책을 통한 제조업 일자리 회복이 핵심이다. 1차 TV 토론 시 “미국 공항은 제3 세계 국가와 비슷하다”며 열악한 사회간접자본을 비판한 바 있다. 미국 토목공학회는 2013년 공공인프라 수준을 D+로 평가했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최고경영자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인프라는 7점 만점에 5.7점으로 독일과 비슷한 상황이다. 트럼프는 재정지출 대신 세액공제를 통해 민간자본을 유치하려는 반면 민주당은 이를 기업 특혜 조치라며 반대하는 것이 주요 쟁점이다. 양당이 수용 가능한 재원방안 마련이 관건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고율 관세로 상징되는 보호무역주의는 실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미국을 떠난 기업에 대해 “값비싼 실수 말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잠재적 무역전쟁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전면적 무역전쟁은 약 500만명의 일자리 감소와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2009년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35% 관세 부과 시 1200명의 국내 일자리는 지켰지만 소비자는 11억달러를 초과 지급했다. 기술혁신, 자동화에 따른 제조업 일자리 감소 추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시장 중시정책은 한마디로 공화당이 강조하는 시장과 경쟁 원리의 복원이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진보적 정책으로부터의 유턴이다. 경제주체의 선택과 재량권을 존중하고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입장이다. 금융개혁, 기후변화정책 등 오바마가 역점을 둔 정책 중 건강보험개혁법, 소위 오바마케어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이미 2000만명 이상이 새롭게 의료보험에 가입했고 31개주가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를 확대했다. 보험 미가입 비율도 올 상반기 8.6%로 격감했다. 정형외과의 출신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톰 프라이스 하원의원은 의사의 진료 권한과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정부에 보다 많은 권한을 주고 연방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올바른 보건정책이라는 신념파다. 그러나 오바마케어가 이미 의료시스템에 폭넓게 착근돼 있어 전면 폐지는 지난한 일이다. 공화당이 ‘선폐지 후보완’ 방식을 들고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가 격렬해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트럼프노믹스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트럼프노믹스는 미국 경제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나랏빚과 경제 부작용을 심화시키는 독이 될 수 있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