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분야 규제개혁 차원에서 일반병원의 영리 자회사를 허용했지만 시행 1년이 넘도록 실적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보도다(한경 11월9일자 A1, 6면 참조). 지난해 8월 정부가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을 허용한 뒤 자회사를 세운 곳은 전체 884개 의료법인 중 참예원의료재단과 혜원의료재단 단 두 곳뿐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사업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규제개혁을 했다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결과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초 투자개방형 병원의 초보적 성공사례라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지만, ‘의료영리화 반대’를 외치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저항으로 자회사 설립 허가조건이 까다로워지고 부대사업 범위 또한 크게 축소된 탓이다. 자회사 설립 허가조건만 해도 외부 감사 및 결산서류 공시 등 여덟 가지나 된다. 병원들이 관심을 가졌던 건강기능식품·의약품의 제조·판매 등은 허용 대상에서 빠졌다. 여기에 순이익의 80% 이상을 공익 목적에 써야 한다는 재투자 조항까지 붙여놨다. 자회사 설립의 인센티브가 전혀 없게 해놓고는 규제개혁이라고 내놨으니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규제개혁을 제대로 못한 정부도 문제지만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야당과 시민단체도 더는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영리 자회사는 야당과 시민단체가 투자개방형 병원 자체를 완강히 반대하자 정부가 일종의 타협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런 타협안조차 끝내 무력화시키고 말았다. 이러니 다른 나라는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영리병원이 한국에서는 10여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의료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려야 키울 수가 없는 것이다.

‘껍데기 규제개혁’의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이런 것도 규제개혁 건수로 잡혔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의도한 효과를 전혀 내지 못한 규제개혁은 안한 것이나 다름없다. 영리병원 도입 같은 핵심규제가 답보 상태를 못 벗어나고 있으니 규제개혁 체감도가 올라갈 리도 없다. 의료분야만이 아니다. 정부의 선제적 규제개혁이니, 철저한 사후관리니 하는 구호들이 공허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