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통신 3사 또 '세계 최초' 신경전
삼성전자와 국내 이동통신 3사가 공동 개발한 ‘멀티패스’ 기술이 공개된 지난 15일. KT는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 서비스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멀티패스는 이종(異種) 망인 ‘3밴드 LTE-A(최고 300Mbps·초당 메가비트)’와 무선 와이파이(최고 867Mbps)를 묶는 기술이다. 데이터 통신 속도가 기존 LTE보다 15배 빠른 최고 1.17Gbps(초당 기가비트)에 달한다.

KT는 서비스가 적용될 첫 단말기 모델인 삼성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에 대해 16일부터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겠다고 밝혔다. 갤럭시S6 스마트폰을 구입한 KT 고객은 펌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기가급의 무선 통신 속도를 체험할 수 있다.

멀티패스 기술의 개발 주체는 사실 삼성전자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비슷한 서비스의 출시 소식을 알렸다. 다만 서비스 개시일로 볼 수 있는 펌웨어 업데이트 날짜를 SK텔레콤은 ‘KT와 동시에’, LG유플러스는 ‘이르면 다음주 중’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세계 최초’ 타이틀을 서로 가져가겠다는 KT와 SK텔레콤 간 날선 신경전이 반영돼 있다. LG유플러스는 계열사인 LG전자가 삼성전자와 라이벌 관계이다 보니 소극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있었다.

양사 간 ‘출시일 경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삼성전자가 개발한 3밴드 LTE-A 서비스가 상용화될 당시에도 SK텔레콤과 KT는 서로 같은 날 서비스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KT의 펌웨어 업데이트가 며칠 늦어지면서 SK텔레콤이 ‘세계 최초’ 타이틀을 획득했다. KT가 지난 3월부터 일찌감치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한 이유다. 정보를 입수한 SK텔레콤도 KT의 기자회견을 한 달 앞두고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도 매번 이런 상황이 펼쳐지는 게 부담스러운 눈치다. 통신 3사는 멀티패스 기술 구현이 가능한 ‘핫 스팟(LTE와 와이파이가 동시 서비스되는 지역)’이 각각 어느 정도인지, 데이터 요금 부과는 어떻게 이뤄질지 등 정작 일반 소비자가 궁금해할 만한 정보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소비자 편익보다 ‘세계 최초’ 선수 치기에만 힘쓰는 모습이 보기에도 안쓰럽다.

이호기 IT과학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