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공급망 병목현상 해소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미국의 최대 쇼핑 대목으로 꼽히는 블랙프라이데이(지난 26일)에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 실적이 급증하는 등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됐다.

내년 초에는 미 주요 항만시설 운영사와 항만 근로자들을 대표하는 노조의 협상이 예정돼 있는데 파행으로 치달을 경우 항만 적체 문제가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까지 악재로 등장했다.

美 소비자 수요 안 꺾여

출구 보이던 공급대란…'3대 변수'로 적신호 켜졌다
28일(현지시간) 시장정보업체 리테일넥스트에 따르면 지난 블랙프라이데이에 미국 오프라인 매장을 찾은 방문객 수는 지난해보다 60.8% 급증했다. 신발(지난해보다 86.1% 증가)과 의류(74.7%) 매장 등에 방문해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가 늘어나서다.

유통기업과 제조사들이 제품 할인 행사를 축소했음에도 미국인들의 소비 욕구는 꺾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미국소매업연맹(NRF)은 올해 11~12월 미국 소매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10.0%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앞서 내놨다. 지난 5년 동안 이 기간 소매판매의 연평균 증가율은 4.4%였다.

미 전역의 오프라인 매장이 블랙프라이데이 특수를 누렸던 이유 중 하나는 공급망 병목현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송 지연을 감수하고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대신 재고가 있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린 결과라는 것이다. 공급망 병목에 따른 늦은 배송에 지친 미국인은 이달 초부터 발 빠르게 제품 구매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어도비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미국의 온라인 쇼핑 매출은 89억달러로 지난해(90억달러)보다 소폭 감소했다.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역성장은 올해가 처음이다.

또 다른 대목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기업들은 오미크론의 확산 추세를 예의주시하며 급증하는 소비에 대응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오미크론 감염자가 크게 증가할 경우 세계 전역의 생산기지부터 항구까지 ‘셧다운’이 불가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초 항만노조 협상도 우려

미 공급망의 핵심 길목인 항구도 변수로 떠올랐다. 항만시설 운영사 연합체인 태평양선주협회(PMA)와 서부해안항만노조(ILWU)가 내년 초 임금 인상 등을 둘러싼 협상을 벌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협상안은 내년 7월로 만료된다. PMA는 현재 공급망 교란 등을 이유로 협상 시기를 2023년으로 미루자고 제안했지만 ILWU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측의 협상은 6년 주기로 이뤄져 왔다. 시장에서는 2015년 PMA와 ILWU의 협상이 파행으로 치달았을 때 미 서해안 항구에서 발생했던 물류 마비 사태가 내년 초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014년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해 ILWU는 태업에 나섰고 PMA는 직장폐쇄로 맞대응했다. 그 결과 수개월 동안 롱비치항구 등 미 주요 항구에서 컨테이너 하역 등에 차질이 발생했다. 해당 항구를 이용한 기업들은 수백만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

PMA와 ILWU가 내년에 협상 타결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PMA 회원사들이 기록적인 이익을 거뒀기 때문에 ILWU는 임금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항만 자동화도 변수다. ILWU는 일자리 창출 문제를 들며 자동화에 반대해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