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선호/사진=한경DB
배우 김선호/사진=한경DB
'1박2일'이 정준영에 이어 김선호로 또다시 출연진 리스크를 얻은 상황에서 "남성 중심 예능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칼럼니스트 위근우는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KBS 2TV '1박2일' 시즌4 론칭 당시 간담회에서 이재우 예능센터장이 "제작진이 출연자 검증을 철저히 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는 기사 내용과 관련해 "지금껏 물의를 일으켜 프로그램에 피해를 일으킨 연예인의 성별을 고려했을 때 출연자 리스크 관리를 한다면서 결국 새 시즌마저 모두 남성 출연진으로 구성하는 게 합리적 선택일 수 있을까"라고 적은 게시물을 다시 끌어 올렸다.

위 씨는 2년 만에 해당 글을 다시 공개한 이유에 대해 "어떤 면에서 이번 김선호 사태로 내 예측이 맞은 걸 수도 있는데, 기분은 당연히 조금도 좋지 않다"며 "세상의 불의가 하나 더 늘어났고 명백한 피해자도 있는데 거기 대고 '거봐라, 내가 뭐랬나' 으스댈 일은 아닌 거 같다"고 현 상황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어 "'1박2일'도 피해자라고 못하겠다"며 "정확히는 '1박2일'과 과거 '무한도전'으로 대표되는 남성 중심적 방송 세계가 이 사태의 한 원인이라 생각하는 편"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1박2일' 시즌4 출연진, 왼쪽부터 라비, 문세윤, 김선호, 연정훈, 김종민/사진=한경DB
'1박2일' 시즌4 출연진, 왼쪽부터 라비, 문세윤, 김선호, 연정훈, 김종민/사진=한경DB
김선호는 '1박2일'에 새롭게 합류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당시 비중있는 조연으로 활약했던 김선호는 '1박2일'을 통해 획득한 친근한 이미지에 tvN '스타트업' 주연까지 꿰차면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올해 tvN '갯마을 차차차'까지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했지만, '갯마을 차차차' 마지막 방송일이었던 지난 17일 전 여자친구가 교제 중 혼인 빙자 낙태 강요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특히 예능에서 보여준 순한 모습과 달리 결별 과정에서 연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에 충격을 받았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결국 김선호는 글이 공개된 지 4일째 되는 날 "과거 사랑했던 사이"라고 글 작성자를 소개하면서 "그 친구에게 사과하고 싶다"면서 모든 의혹을 인정했다.

이와 함께 고정으로 출연 중이던 '1박2일'에서도 하차했다. 갑작스러운 김선호의 하차로 100회 특집 녹화를 준비 중이었던 '1박2일' 측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1박2일'은 지난 시즌에서 정준영의 범죄 행동이 드러나 논란이 됐던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1박2일' 측은 여자친구 불법촬영 혐의로 입건됐던 정준영의 복귀를 도왔다. 해당 사건은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으로 수사종결됐지만, 이후 정준영의 성폭행과 불법 영상물 공유 등의 범죄 행위가 드러나면서 '1박2일'까지 비난받았다.
'1박2일' 시즌3 출연진, 왼쪽부터 김준호, 故김주혁, 차태현, 데프콘, 정준영, 김종민 /사진= 한경DB
'1박2일' 시즌3 출연진, 왼쪽부터 김준호, 故김주혁, 차태현, 데프콘, 정준영, 김종민 /사진= 한경DB
여기에 '1박2일' 멤버들이 내기 골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결국 불명예스럽게 시즌이 종료됐고, 2년 만에 김선호가 참여한 새 시즌이 나오게 됐다.

문제는 '1박2일' 출연진의 논란 행동이 이게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1박2일'은 시즌1 방송 당시 MC몽이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일부러 발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하차했다. MC몽의 병역기피 혐의는 대법원을 통해 무죄 확정됐지만, 대중적인 반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시즌1의 또 다른 멤버였던 김C는 불륜 의혹이 불거져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김C는 2000년 결혼했지만 2013년 협의 이혼했다. 이후 2015년 유명 스타일리스트와 열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이 과정에서 불륜 의혹이 불거진 것.

이전까지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솔직한 입담을 뽐내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김C는 현재 MBN '여행생활자 집시맨' 진행자로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이수근 역시 '1박2일' 시즌2 출연 중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1박2일' 시즌2를 거쳐간 엄태웅 역시 성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예능과 다른 이미지로 충격을 준 바 있다.

때문에 '1박2일' 시즌4에서도 딘딘은 "우리는 정말 사고치면 안된다"면서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

위 씨는 '1박2일' 출연진 논란이 반복되는 것과 관련해 "평판을 조사하더라도 남자들끼리 모여 '걔 괜찮더라'고 하는 게 되면 별 의미 없는 데이터"라며 "남초 특유의 이상한 폭력적 문화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젠더적 관점이 부재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이 조신하게 몸을 사려야 하는데, 남자들끼리 모아 놓는 방송, 사고 친 남자도 꽤 쉽게 돌아와 모두의 망각 속에서 놀 수 있는 방송 시장에서 웬만큼 뇌에 힘주고 살지 않으면 오만해지고 하향평준화되기 십상"이라며 "그건 아니라고 지적해줄 여성들 자체가 많이 안 남은 환경에서 이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제주도에 사는 이효리가 매번 올라올 순 없지 않나"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악순환은 일종의 자가발전이라 그냥 자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당장 손발이 안 맞고 기획에 딱 들어맞진 않아도 그냥 여성 멤버들 욱여넣어 이런저런 예능도 만들어보고, 진짜 '노잼'(재미없는 프로그램)이 나와도 그냥 좀 참고 덜 까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방송계가 이 문제를 모른다고는 생각 안 하는데,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방송하는 남자들이 다 쇠고랑을 차야 멈추겠냐"고 일침을 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