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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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매물 알아보는 전화면 하나마나 라니까요. 정말로 사실 거면 금액이랑 날짜주세요. 직접 집주인들한테 일일이 전화해서 설득해 봐야 합니다."(은마아파트 단지 내 A공인중개사)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물이 귀해졌다. 집값이 나날이 오르고 있는 데다, 향후 공급마저 요원해져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건축 단지에서 나오는 거래마다 '신고가'를 찍고 있다. 2년 실거주자에게만 재건축 입주권을 주겠다는 입법이 취소된 영향도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면적 76㎡도 지난달 31일 24억2000만원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12일 24억원 이후 며칠 만에 또다시 신고가가 나오게 됐다. 전용면적 84㎡ 역시 지난달 11일 26억2500만원에 신고가가 나오더니, 19일 27억원(12층), 25일 27억8000만원(6층) 등으로 거래마다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4424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지만, 매매로 나와있는 매물은 달랑 3건 뿐이다. 그나마도 며칠 새 호가가 1억원 이상 오르기도 했다. 전용 84㎡의 한 매물은 26억9000만원에 등록됐다가 추석 연휴 직전 호가가 1억1000만원 올라 28억원이 됐다. 76㎡ 매물은 26억원에 나와있다.

A공인중개사는 "강남 재건축이 하루이틀에 추진될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평생 안 될 건 아니지 않느냐"며 "집값이 너무 올랐느니, 외곽이 더 올랐느니 말이 많지만 불안한 시장일수록 강남 재건축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및 전세가격표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및 전세가격표 모습. /연합뉴스
잠실동 주공5단지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전용 76㎡ 역시 지난달 12일 25억4000만원→25억8000만원(18일)→26억4800만원(25일) 등으로 거래마다 신고가가 이어졌다. 전용 82㎡는 지난 28일 29억7800만원에 거래돼 30억원이 임박했다. 나와있는 매물은 최저가가 30억원이고 최고는 33억원에 달한다. 거래만 성사되면 30억원은 바로 돌파될 것으로 보인다.

잠실동 B공인중개사는 "'삼성전자도 마이너스인데, 믿을 건 강남밖에 없다'는 얘기들도 많이 하곤 한다"며 "재건축이 빨리 추진되면 좋겠지만, 집주인들이 그렇게까지 급한 사정이 있는 분들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잠실동의 C공인중개사는 "최근 몇년간 경험들이 쌓였다"며 "세금 부담이 늘어난 만큼 집값·전세값이 올랐고 뒤늦게 사려다가 대출만 막히니, 무리를 해서라도 일단 사려는 분들은 언제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2차 전용 137㎡가 이달 11일 41억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 4월 35억4000만원과 비교하면 5개월 만에 4억6000만원 오른 셈이다.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117㎡가 지난달 23일 23억8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연초 대비 3억∼4억원 오른 값이다.
"정말로 살 거면 금액 주세요"…은마아파트 없어서 못 산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주간 누적 기준 5.90% 올랐다. 같은 기간 준공 5년 이하인 신축이 3.36% 오른 것과 비교하면 1.8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매물이 줄고 호가는 높아지다보니 거래량은 뜸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628건으로, 지난달(4011건)의 84.3% 감소했다. 주택거래신고일은 계약 후 30일 이내여서 신고 기간이 아직 남아 있지만, 추세로 볼 때 올해 가장 적은 거래량을 기록했던 지난 4월(3666건)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