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머독.  /사진 출처=Pedestrian
루퍼트 머독. /사진 출처=Pedestrian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세운 뉴스코퍼레이션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2019년 루퍼트 머독의 장남 라클란 머독이 유력 후계자로 취임한 이후 잇따른 공격적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다. 뉴스코퍼레이션은 다국적 미디어 지주회사로 산하에 폭스뉴스 등 방송사와 월스트리트저널 더타임스 뉴욕포스트 등 신문사를 보유하고 있다.

뉴스코퍼레이션은 지난 14일 연예계 가십 전문 온라인 사이트 TMZ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거래 규모는 5000만달러 가량이다. 매각 주체는 AT&T의 워너미디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인수는 폭스그룹이 2019년 20세기폭스와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자산의 상당부분을 월트디즈니에 매각한 이후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세우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이와 관련해 루퍼트 머독의 후계자 라클란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라클란은 뉴스코퍼레이션 공동회장이자 폭스코퍼레이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남동생 제임스 머독과 후계자 지위를 놓고 계속 경쟁하던 그가 회사에서 입지를 굳히게 된 건 2019년 3월 '20세기폭스 매각'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뉴스코퍼레이션은 월트디즈니에 20세기폭스 등을 710억달러에 매각했다. 이 직후 제임스는 "나만의 미디어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며" 가족회사를 떠났고, 현재까지 뉴스코퍼레이션의 폭스뉴스 등이 생산하는 보수적인 정치 뉴스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다.
왼쪽 라클란 머독.  /사진 출처=Bloomberg
왼쪽 라클란 머독. /사진 출처=Bloomberg
레피니티브 자료에 의하면 제임스가 떠난 이후 후계자 지위를 공고히 한 라클란은 2년만에 20개가 넘는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70억달러 가량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1979년 설립한 작은 호주 신문사를 공격적 M&A로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 걸친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으로 만든 아버지 루퍼트 머독의 사업방식을 그대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폭스를 판 이후 폭스코퍼레이션은 TV방송과 뉴스, 스포츠 등에만 집중하는 중소규모 기업이 됐다. 그러나 라클란이 주도권을 잡은 뒤로 15억달러가 소요된 8개 이상의 기업 인수를 통해 스포츠도박, 블록체인, 스트리밍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여기에다 최근 연예계 뒷얘기를 전하는 TMZ까지 넣은 것이다. 뉴스코퍼레이션 역시 라클란에 의해 투자정보 전문 매체 IBD, 석유가격 평가기관인 OPIS 등을 인수하면서 29억달러를 썼다.

시장에서는 "루퍼트 머독 제국의 개조가 한창 진행 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스타쉐프 고든 램지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제휴 사실을 발표했다. 16일에는 새 영국방송국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영국의 유명 방송인 피어스 모건을 영입해 내년 초를 목표로 토크쇼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