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문준용' 진짜 실력은?…미술 전문가들에 물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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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용 작가의 실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미술 분야를 담당하게 된 후 미술계 밖에 있는 분들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미술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 미디어아트 작가 문준용씨(39)의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냐는 거지요. 문 작가는 근래 들어 수 차례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예술 활동 지원금을 수령하며 이해 충돌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최근에는 지자체 예산 1500만원을 지원받아 청주시립미술관 전시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다시 논란이 일었지요.
사실 이 질문을 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는 듣고 싶은 답을 정해놓은 상태입니다. "형편없는데 '빽'으로 지원을 받았다"는 비판이든, "당연히 지원금을 받아야 할 훌륭한 작가"라는 칭찬이든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어느 쪽이든 그리 시원스런 대답을 내놓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갤러리스트와 평론가, 작가 등 제가 만난 여러 미술계 종사자들의 반응을 종합해 정리했습니다.
문 작가를 비판하는 이들은 그의 작품이 형편없다고 비판합니다. 반면 옹호하는 이들은 그가 '세계적인 예술인'이라고 한껏 치켜세웁니다. 미술계에서는 둘 다 틀린 평가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중론은 '미디어아트 분야의 유망 작가' 정도입니다.
문 작가는 그림자를 이용한 증강현실(AR)을 작품에 활용합니다. 관객이 센서가 탑재된 손전등처럼 생긴 기기를 들고 작품안에 들어가거나 작품을 비추면, 실제 그림자와 가상 그림자가 어우러져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식의 작품입니다. 이렇게 그림자를 이용한 미디어아트는 완전히 새로운 것도 아니지만 흔하지도 않습니다. 원하는 이미지를 연출하려면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기도 하죠.
중요한 건 작품 수준이겠죠. 제가 만난 미술계 인사 대부분은 정치 성향을 떠나 그의 작품을 두고 "좋다(혹은 괜찮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드러나는 실적으로만 봐도 문 작가의 커리어는 같은 나이대에서 상당한 수준입니다. 문 작가는 졸업 작품을 스페인 바로셀로나 디자인박물관 등에 전시했고 국제 미술상인 스타츠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정부 기관들은 제외하고서라도 국내 공모전에서 수 차례 입상했는데, 이를 '빽' 덕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미술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다만 문 작가를 지난 6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한 말마따나 '세계적인 예술인'으로 평가하는 건 확실한 무리수입니다. 굳이 백남준의 이름이나 현재 현대미술계에서 결이 유사한 작업을 하는 대가들의 이름을 읊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봤을 때 그렇습니다. 이때까지 그의 활동 대부분이 국내에서 이뤄지기도 했고요. 무엇보다도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라면 불과 몇천만원의 지원금은 줘도 거부하겠죠. 작품 한 점만 팔아도 수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까요.
다만 미술계 관계자들은 문 작가가 부적절한 언행으로 문제를 자초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아무리 적법한 절차와 객관적인 심사를 거쳐 지원금을 받았다고 해도, 누가 봐도 생계에 문제가 없을 듯한 현직 대통령 아들이 정부 보조금을 신청해 받은 건 구설수에 오르기 충분한 일입니다.
일각에서 제기된 과도한 비판에 그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쏟아내면서 대중의 인상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제 작품은 대통령 아들이 아니더라도 예전부터 인정받고 있음" "정치인들의 공격은 완전히 실패했고 오히려 작가로서 내 실력을 부각하는 결과만 낳고 있다" "(지원금을 받은 건)축하받아야 할 일이고 자랑해도 될 일"이라고 SNS에 쓴 게 대표적입니다.
"지원금을 신청하지 말라는 것은 운동선수에게 대회에 나가지 말라는 것"이라는 문 작가의 말이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스포츠 선수들은 경기력에 따라 인기와 성적이 좌우되고, 이를 기반으로 연봉을 산정합니다. 여기 세금이나 정부 입김이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죠. 작가로 따지면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고 작품을 판매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반면 보조금은 세금으로 주기 때문에 공익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당장은 필요없어 보여도 예술을 지원하는 게 결과적으로 사회와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기 때문에 지원한다는 겁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많습니다. 대통령 아들이 아니더라도 이런 시점에서 예술에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당연히 받을 만 해서 받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적절한 일입니다. 일련의 사태로 정부의 예술 보조금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점을 미술계가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기자는 문 작가의 발언을 접하고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실언이 떠올랐습니다. 르브론 제임스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월클'이고 세금으로 지원금을 받지도 않았습니다만,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가 팬들의 공분을 샀죠. "나의 실패를 고대하던 사람들은 내일도 뼈빠지게 일하면서 현실문제에 치여 살겠지만, 난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낼 것이다. 그들은 잠시동안 이것(내 실패)로 위안을 삼겠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현실세계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반면 마이클 조던은 비슷한 주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책임은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매일 겪는 압력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내가 지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려고 노력해왔다." 문 작가도 더욱 겸손한 자세와 온화한 화법으로 소통에 나섰으면 합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미술 분야를 담당하게 된 후 미술계 밖에 있는 분들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미술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 미디어아트 작가 문준용씨(39)의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냐는 거지요. 문 작가는 근래 들어 수 차례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예술 활동 지원금을 수령하며 이해 충돌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최근에는 지자체 예산 1500만원을 지원받아 청주시립미술관 전시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다시 논란이 일었지요.
사실 이 질문을 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는 듣고 싶은 답을 정해놓은 상태입니다. "형편없는데 '빽'으로 지원을 받았다"는 비판이든, "당연히 지원금을 받아야 할 훌륭한 작가"라는 칭찬이든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어느 쪽이든 그리 시원스런 대답을 내놓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갤러리스트와 평론가, 작가 등 제가 만난 여러 미술계 종사자들의 반응을 종합해 정리했습니다.
변변찮은 작가와 세계적인 예술인 사이
네이버 검색창에 '문준용'이라고 치면 연관 검색어 첫 번째로 '문준용 작품'이 뜹니다. 과연 작품이 어떻길래 이리도 시끄러운지, 지원금을 받을 자격은 있는지를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것 같습니다. 작가나 작품의 수준은 게임 등급표처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이걸 누가 어떻게 무슨 자격으로 정하는지는 또 다른 차원의 얘기입니다. 설치작품의 특성상 기사나 사진을 통한 전달이 일반 회화작품보다 더 어렵기 때문에 관객들이 직접 전시장에서 보고 판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 수준을 미술계 종사자들의 여론을 통해 대략적으로라도 가늠해볼 수 있다는 데는 별 이의가 없으실 겁니다.문 작가를 비판하는 이들은 그의 작품이 형편없다고 비판합니다. 반면 옹호하는 이들은 그가 '세계적인 예술인'이라고 한껏 치켜세웁니다. 미술계에서는 둘 다 틀린 평가라고 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중론은 '미디어아트 분야의 유망 작가' 정도입니다.
문 작가는 그림자를 이용한 증강현실(AR)을 작품에 활용합니다. 관객이 센서가 탑재된 손전등처럼 생긴 기기를 들고 작품안에 들어가거나 작품을 비추면, 실제 그림자와 가상 그림자가 어우러져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식의 작품입니다. 이렇게 그림자를 이용한 미디어아트는 완전히 새로운 것도 아니지만 흔하지도 않습니다. 원하는 이미지를 연출하려면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기도 하죠.
중요한 건 작품 수준이겠죠. 제가 만난 미술계 인사 대부분은 정치 성향을 떠나 그의 작품을 두고 "좋다(혹은 괜찮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드러나는 실적으로만 봐도 문 작가의 커리어는 같은 나이대에서 상당한 수준입니다. 문 작가는 졸업 작품을 스페인 바로셀로나 디자인박물관 등에 전시했고 국제 미술상인 스타츠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정부 기관들은 제외하고서라도 국내 공모전에서 수 차례 입상했는데, 이를 '빽' 덕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미술계 관계자들은 말합니다. 다만 문 작가를 지난 6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한 말마따나 '세계적인 예술인'으로 평가하는 건 확실한 무리수입니다. 굳이 백남준의 이름이나 현재 현대미술계에서 결이 유사한 작업을 하는 대가들의 이름을 읊지 않더라도 상식적으로 봤을 때 그렇습니다. 이때까지 그의 활동 대부분이 국내에서 이뤄지기도 했고요. 무엇보다도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라면 불과 몇천만원의 지원금은 줘도 거부하겠죠. 작품 한 점만 팔아도 수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까요.
미술계 종사자들 "태도가 문제, 여론 악화 우려"
현 시점에서 문 작가가 대통령 아들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보조금을 받았다는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규명하기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미술 작품에 대한 평가는 숫자로 우열을 명확하게 가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심사위원들이 "문 작가의 작품이 다른 지원자들 것보다 좋고, 전시 취지에 맞아서 지원하기로 했다"고 하면 누구도 뭐라 하기 어렵습니다.다만 미술계 관계자들은 문 작가가 부적절한 언행으로 문제를 자초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아무리 적법한 절차와 객관적인 심사를 거쳐 지원금을 받았다고 해도, 누가 봐도 생계에 문제가 없을 듯한 현직 대통령 아들이 정부 보조금을 신청해 받은 건 구설수에 오르기 충분한 일입니다.
일각에서 제기된 과도한 비판에 그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쏟아내면서 대중의 인상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제 작품은 대통령 아들이 아니더라도 예전부터 인정받고 있음" "정치인들의 공격은 완전히 실패했고 오히려 작가로서 내 실력을 부각하는 결과만 낳고 있다" "(지원금을 받은 건)축하받아야 할 일이고 자랑해도 될 일"이라고 SNS에 쓴 게 대표적입니다.
"지원금을 신청하지 말라는 것은 운동선수에게 대회에 나가지 말라는 것"이라는 문 작가의 말이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스포츠 선수들은 경기력에 따라 인기와 성적이 좌우되고, 이를 기반으로 연봉을 산정합니다. 여기 세금이나 정부 입김이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죠. 작가로 따지면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고 작품을 판매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반면 보조금은 세금으로 주기 때문에 공익적인 성격이 있습니다. 당장은 필요없어 보여도 예술을 지원하는 게 결과적으로 사회와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기 때문에 지원한다는 겁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많습니다. 대통령 아들이 아니더라도 이런 시점에서 예술에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당연히 받을 만 해서 받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적절한 일입니다. 일련의 사태로 정부의 예술 보조금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점을 미술계가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기자는 문 작가의 발언을 접하고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실언이 떠올랐습니다. 르브론 제임스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월클'이고 세금으로 지원금을 받지도 않았습니다만,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가 팬들의 공분을 샀죠. "나의 실패를 고대하던 사람들은 내일도 뼈빠지게 일하면서 현실문제에 치여 살겠지만, 난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낼 것이다. 그들은 잠시동안 이것(내 실패)로 위안을 삼겠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현실세계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반면 마이클 조던은 비슷한 주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책임은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매일 겪는 압력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내가 지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려고 노력해왔다." 문 작가도 더욱 겸손한 자세와 온화한 화법으로 소통에 나섰으면 합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