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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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이라는 분이 고객님 프로필을 보고 호감을 표하셨네요. 연결 도와드릴까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비대면 데이트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데이팅 앱, SNS 등에는 금전 편취가 주목적인 허위 매칭 사이트, 가짜 수요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12일 사기 피해 방지 플랫폼 ‘더치트’에 따르면 비대면 데이트 관련 사기 피해는 지난해 338건, 올해는 지난 8월까지 218건으로 집계됐다. 상대방의 외로움을 파고드는 사기꾼들의 낚시 수법은 다양하다. 소개팅·만남 주선 등을 빌미로 선입금을 유도한 뒤 잠적하는 ‘먹튀’, 온라인에서 친분을 쌓은 뒤 데이트를 원하면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몇 달 전 직장 때문에 갑작스레 충청권으로 이사한 김모씨(27)는 ‘친구를 사귀어보자’는 생각에 카카오톡 지역친목방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한 사람이 자신을 소개팅 사이트 매니저라고 소개하며 “지방에서 연고도 없이 외로울 텐데 소액의 비용을 들여 검증된 사람을 만나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를 수락하자 김씨는 수십 개의 대화방에 초대됐다. 각 방에는 “소개팅을 주선한다”는 매니저들이 있었고, 상대방의 사진을 보여주며 “소개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연결 비용은 한 명에 6만~7만원이었다. 김씨는 “그렇게 큰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3명을 소개받았지만 대부분 몇 마디 하다가 이유없이 연락이 두절됐다”며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소개를 주선한 매니저 대화방을 찾아보니 이미 다 삭제되고 없었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친분을 쌓은 뒤 성매매 사이트로 유인하는 사례도 있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백모씨(38)는 “데이팅 앱에서 만나 카톡으로 친해진 이성에게 식사를 제안하자 ‘나를 만나려면 오픈대화방에 들어가서 예약을 해달라’고 했다”며 “대화방에는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는 실장이 있었고, 그 사람이 각종 이유로 추가 입금을 유도해 총 500만원을 뜯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화랑 더치트 대표는 “비대면 데이트 관련 피해는 피해자가 처벌받을까봐 두려워하거나 주변에 얘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해 신고를 포기하는 일이 잦다”며 “알려지지 않은 사례가 매우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