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2021년이 아직 절반이나 남았지만, 2022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밀당’(밀고 당기기)이 벌써 시작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4월 20일 첫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착수했다. 협의는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달 22일 4차 전원회의에서는 최저임금을 업종에 따라 차등 적용할지 여부를 놓고 논의를 벌였지만 노사 간 팽팽한 의견차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런 ‘기싸움’은 일종의 연례행사다. 400만 명에 이르는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에 최소한의 삶의 질 보장”

2018년 7530원→2019년 8350원→2020년 8590원→2021년 8720원. 국내 모든 근로자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의 변화다. 최저임금(minimum wage)은 국가가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어느 일터에서든 그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쉽게 말해 동네 아르바이트생이든 대기업 정규직이든 간에 무조건 시간당 8720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 이걸 어긴 고용주는 처벌을 받게 된다.

헌법 32조는 국가가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저임금 근로자에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근로자를 한 명 이상 고용했다면 무조건 지켜야 하고, 위반 시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 최저임금제가 본격 시행된 것은 1988년부터다. 다만 지난 몇 년 동안만큼 많은 사회적 논쟁을 불러온 적은 없었을 것 같다. 2018~2019년치는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다며 고용주들이 반발했고, 2020~2021년치는 인상률이 너무 낮아졌다며 노동계가 들고 일어났다. 최근 4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전년 대비)은 각각 16.4%, 10.9%, 2.9%, 1.5%로 널뛰기를 했다.

최저임금은 매년 근로자 대표 9명, 사용자 대표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인상안을 의결해 정부에 제출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5일까지 결정해 고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법 12조를 근거로 설치된 고용노동부 소속기관이다.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는 당연히 선한 것이고 대다수가 공감할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은, 최저임금은 직접적인 ‘가격 통제 정책’이라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시장에서 정해져야 할 가격에 정부가 개입하면 순기능과 부작용을 동시에 불러온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부작용 낳아”

사실 연봉이 넉넉한 대기업이나 공기업은 최저임금이 올라도 별 타격이 없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문제다. 이들이 흔들리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청년, 50~60대 중장년층, 주부 등의 일자리부터 줄어들 수 있다. 당초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가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도 이런 현실적 제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이 올려도 적게 올려도 시끌…'2022년 최저임금 전쟁'은 이미 시작
노동계는 해마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근로자들이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은 결국 내수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과도한 인상이 기업 생산성을 깎아먹을 수 있다고 맞선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저임금 일자리가 더 줄어든다는 점도 강조한다. 다수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사용자들은 최저임금을 업종, 지역, 연령 등에 따라 차등 적용하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직종이 ‘저임금 일자리’로 낙인찍히거나 사회 평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