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가 유럽연합, EU와 디지털 교역 절차 간소화를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교역 간소화 대상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은 배제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문성필 기자가 단독으로 보도합니다.

<기자>

국내 기업들이 EU 국가들과 교역을 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 GDPR을 준수한다는 명목으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회원국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제3국으로 보내는 걸 막기 위한 EU의 방침 때문입니다.

이 같은 GDPR 준수를 위해 국내 기업들이 그 동안 쓴 비용만 무려 1조 2천억 원에 이릅니다.

승인을 받게 되면 지금보다 비용을 약 40% 아낄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국가 대 국가로서 EU로부터 GDPR 적정성 승인을 받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섭니다.

하지만 지난 2015년부터 협상에 들어갔는데 이미 두 차례나 쓴 잔을 마셨습니다.

개인정보를 통합해서 관리·감독할 별도의 정부 기구가 없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재차 협상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습니다.

엄연히 개인정보위가 있는데 왜 금융위원회가 개인신용 정보를 관리·감독 하냐며 EU가 의문을 제기한 겁니다.

GDPR 협상에 성공하더라도, 지금처럼 금융위가 개인정보 관리·감독을 맡는다면 국내 금융업계는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거란 우려까지 나옵니다.

은행과 카드, 보험 등 기존 금융사는 물론이고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 등 IT 기반 전자금융사업자들까지 모두 해당됩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개인정보 보호 관련 사항을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한 것처럼 금융위도 신용정보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인터뷰] 김현경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독립성이라는 것이 공허한 것 아니냐는 반론을 (EU가)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위원회의 개인정보 관련 기능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이관하는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의 신용정보법이 지난해 어렵사리 개정됐던 만큼 다시 개정 하기 쉽지 않은 데다, 금융위도 개정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경제TV 문성필입니다.
김일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27일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를 면담하고 한국에 대한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적정성 결정이 조속히 채택되도록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성필기자 munsp3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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