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출의 중추로 꼽히는 부산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한경DB
대한민국 수출의 중추로 꼽히는 부산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한경DB
한국은행이 지난달 26일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3%에서 -1.1%로 높였다. 내년 성장률은 2.8%에서 3%로 올렸다. 2022년 성장률은 2.5%로 봤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품목의 수출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반영한 결과다. 다만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재확산하는 만큼 경기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 소비와 고용은 종전 전망치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의 3차 유행이 미칠 경제적 충격은 지난 8~9월 재확산 때보다 클 것”이라며 “코로나19가 더 확산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경기 흐름을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경제정책 운용의 목표이자 성적표

경제신문에 쏟아지는 수많은 지표 중 가장 중요한 것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 경제성장률이다. 국가경제의 현재 상황과 향후 성장 잠재력을 압축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다. 정부에는 경제정책 운용의 중요 목표이자 결과를 보여주는 종합 성적표이기도 하다.

경제성장률은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증감률을 가리킨다. GDP는 일정 기간 한 나라 영토에서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생산한 부가가치를 모두 더한 것이다. 그 자체로 국가의 경제 규모를 보여준다. ‘실질’이라는 개념이 붙는 이유는 물가 변동으로 인한 착시현상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생산량 변동만을 계산하기 위해서다. ‘증감률’을 보는 것은 과거 시점과 비교해 늘었는지 줄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을 활용하면 일정 기간 나라의 경제 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종합적으로 알 수 있다. 실질 GDP가 증가했다는 것은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활발해졌고, 국민의 소득과 소비가 늘었으며 투자와 고용도 증가했다는 의미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970~1980년대 고도성장기에는 10%를 넘나들었고,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도 7%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3% 달성도 버거워졌다.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으로 인해 올 1분기에는 -1.3%, 2분기에는 -3.2%로 떨어지기도 했다.

경제 규모 커질수록 성장률은 낮아져

성장률이 떨어지는 현상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0점 받던 학생이 50점 받긴 쉬워도, 90점 맞던 학생이 95점으로 오르긴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성장률 하락은 경제의 활력이 식었다는 뜻인 만큼 ‘원래 그렇다’고 넘길 수 없는 일이다.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이 분기 혹은 연간 단위로 발표한다. 이 지표는 많은 기업과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에 최신 통계를 얼른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속보치→잠정치→확정치의 순서로 공개한다.

속보치는 한 분기가 끝난 후 28일 안에 나오고, 잠정치는 좀 더 정확한 계산을 거쳐 70일 안에 발표된다. 잠정치가 속보치보다 떨어지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확정치는 연간 단위로만 발표되는데, 잠정치에 미세조정을 하는 정도라 큰 주목은 받지 못한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은뿐만 아니라 여러 국제기구와 국책연구기관, 민간 경제연구소 등이 함께 발표한다. 성장률을 정확히 맞힌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양한 시각을 비교하면서 우리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활용하면 좋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