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줄일 수 있는 내연기관, 전동화 이전 에너지로 주목
-LNG·CNG·LPG 등 분야별로 확장중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이동수단의 동력원 다변화가 한창이다. 특히 상용차는 경유가 절대적이어서 미세먼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로6'라는 강력한 배출가스 규제를 걸어놓고 있지만 더 이상 이마저도 충족하기 벅차다. 그러자 상용차 업계는 본격적으로 전기, 수소 등의 대체에너지를 연료로 하는 동력계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가스도 디젤을 대체할 동력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미세먼지와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어서다. 총소유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동력원으로 쓰이는 가스는 LNG(액화천연가스), CNG(압축천연가스)의 천연가스와 정유 과정에서 나오는 LPG(액화석유가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상용차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가스는 LNG다. LNG는 천연가스를 영하 161도 이하로 냉각시켜 액화한 것으로 메탄이 주를 이룬다. 음식 폐기물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으로도 생성할 수 있으며 수소로 개질할 수 있어 신재생 동력원으로도 꼽힌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장거리 주행에 적합하다. 대형 상용차가 주목하는 배경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2019년말 기준) 세계의 LNG 대형 상용차는 중국 30만대, 미국 5,000대, 유럽 6,000대 정도가 운행 중이다. 충전소는 각각 1,300개, 140개, 220개를 설치했다.

수요가 있고 공해와 유지비가 적은 만큼 상용차 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베코는 2018년 스트라리스 NP 기반의 LNG 캡 섀시, 트랙터를 유럽에 출시한 바 있다. 모두 1회 충전 시 1,000~1,500㎞ 이상을 달릴 수 있는 효율성을 갖췄다. 비슷한 시기에 볼보트럭 역시 디젤 트럭을 대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디젤식 LNG를 낙점했다. 가솔린 엔진의 주를 이루는 오토(Otto) 사이클 엔진 대신 디젤 사이클 엔진 기술 기반의 가스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것. 볼보가 선보인 FH LNG, FM LNG의 성능은 기존 디젤과 비슷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을 20%까지 낮출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효율은 내연기관 대비 15~25% 높다는 게 볼보의 설명이다. 이밖에 스카니아 P280, P340 등의 LNG 트럭이 유럽을 누비고 있다. 유럽은 2030년까지 LNG 상용차를 40만대로 늘릴 것이란 목표를 수립했다.

상용차, 경제적이고 환경적인 '가스'에 주목

반면에 국내에서의 LNG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다. 지난 2008년 LNG로 전환하는 첫 시도가 있었지만 기술 및 인프라 부족으로 실패를 맛본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엔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일환으로 LNG 화물차 시범 사업을 펼치는 등 지속가능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타타대우상용차와 현대자동차가 나섰다. 타타대우가 선보인 LNG 트랙터는 디젤 트럭과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한국가스공사와 시범 운행을 통해 경유 화물차 대비 미세먼지 100%, 질소산화물 96%, 이산화탄소 19%의 저감효과와 유류비 절감을 확인했다. 수도권에선 LNG 트럭을 공급하기 위한 행보도 빠르다. 타타대우는 노면청소차 1대, 암롤청소차 2대, 콘크리트 믹서 1대 등 총 4대의 LNG 차를 공급한다. 한국가스공사는 LNG 화물차 활성화를 위해 2022년까지 항만·화물터미널·고속도로 휴게소 등 트럭 운행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20여 곳의 LNG 충전소를 구축하고 2023년부터 민간사업자 주도의 신규 LNG 충전소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이베코, 볼보 등 수입차 업체들의 LNG 트럭 시장 진출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디젤 트럭을 LNG로 개조하는 움직임도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최근 디젤을 LNG로 개조한 화물차를 처음 검사했다. LNG 개조는 올해 5월27일 개정된 '자동차 튜닝에 관한 규정'의 시행에 따라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동안 엔진 튜닝은 출력이 이전과 같거나 증가할 때만 허용됐다. 하지만 고시 개정으로 엔진 출력이 낮아지는 LNG 엔진으로의 튜닝도 가능하게 됐다.


상용차, 경제적이고 환경적인 '가스'에 주목

LNG가 대형 트럭에 주로 쓰인다면 CNG는 시내버스의 새 동력원으로 꼽힌다. 미세먼지 발생은 적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장거리 운행엔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가 간결해 초기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이베코, 만, 메르세데스, 스카니아 등으로 유럽에서 주로 활약하고 있다. 주요 제품은 이베코 어반 웨이, 만 라이온스시티, 메르세데스 시타로 NGT, 스카니아 시티와이드 LF CNG, 이스즈 시티버스 등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대부분 400㎞에 맞췄다. CNG에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국가는 인도다. 최근엔 충전 주행 가능 거리를 기존 350㎞에서 1,100㎞까지 늘린 중형버스를 델리, 뭄바이 등의 주요 도시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인도 운수업체들은 CNG 버스의 운영비용이 디젤보다 20~25% 낮은 것으로 파악했다.

상용차, 경제적이고 환경적인 '가스'에 주목

국내는 CNG 버스를 1997년부터 보급하기 시작했다. 수도권 미세먼지 발생원의 약 30%에 달하는 디젤 버스를 줄이기 위한 판단이었다. 지금은 전국 노선버스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주요 도시의 노선버스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상용차, 경제적이고 환경적인 '가스'에 주목

CNG는 트럭에도 쓰인다. 미세먼지가 적은 만큼 도심에서 주로 운행한다. 이베코 데일리, 스트라리스 NP CNG, 유로카고, 메르세데스 에코닉 NGT, 르노 D 와이드 CNG, 스카니아 P280, P340 등이 유럽에서 시판되고 있다. 미국 역시 KeHE디스트리뷰터 등의 유통 기업을 중심으로 대형 트럭에 CNG를 도입하고 있다.

LPG는 CNG와 마찬가지로 도심의 단거리 운송수단에 주로 쓰인다. 스페인 에너지기업인 렙솔은 2017년부터 LPG 시내버스 개발에 착수, 2019년 시범운행에 돌입했다. 올해엔 신형 CNG 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버스는 스페인 엔진 제조사인 베가스와 중국 버스 제조사 킹롱과 공동개발했다. 가격은 일반 디젤 버스와 비슷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LPG를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넘어가는 발판으로 삼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가 적다는 점에 착안,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스쿨버스를 보급하고 있다. 현재 미국 친환경 스쿨버스 중 절반이 LPG를 쓴다. 또한, 운송 업체인 맥아비는 지난 3월 포드 F-750 기반의 LPG 트럭 8대를 도입했다. 배출가스와 유류비 절감을 위해 내린 판단이다. LPG 동력계는 로쉬 클린테크가 제공했다. 이 회사는 LPG 연료비가 가솔린보다 40%, 디젤보다 50% 저렴하며 유지비도 기존 트럭보다 30~50%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상용차, 경제적이고 환경적인 '가스'에 주목

국내는 지난해 LPG 사용 제한이 풀리며 기아차 봉고가 상용 부문에서 유일하게 LPG를 채택하고 있다. 사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배기량 3.0ℓ 이상의 엔진도 개발 중이다. 이 엔진이 상용화되면 중소형 상용차도 탑재할 수 있어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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