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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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액션부터 하이힐·해머 등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액션, 고난도 차량 추격전과 총격전까지 펼치며 러닝타임 94분을 이끈다. 대역, 컴퓨터그래픽(CG), 와이어도 없는 리얼 액션이다. 복싱 국가대표 출신인 이시영이 새해 첫날 개봉하는 영화 ‘언니’로 돌아온다. ‘신의 한 수’ 이후 5년 만에 통쾌한 액션 영화로 스크린에 컴백하는 이시영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번 영화는 정말 하고 싶었어요. MBC 드라마 ‘파수꾼’(2017) 등 액션을 선보일 기회는 많았지만 여성 배우가 단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을 밀고 나갈 기회는 드물거든요. 하지만 영화 속에서 다수의 남성을 여자가 제압해 나가는 게 관객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부담이 컸어요.”

 제이앤씨미디어그룹·필름에이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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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사라진 동생 은혜(박세완 분)를 찾아나선 경호원 출신 인애(이시영 분)의 복수를 그린 영화다. 과잉 경호로 수감됐다 출소한 인애는 지적 장애가 있는 은혜를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분투한다.

“극 중 캐릭터를 위해 살이 아니라 근육만 4㎏ 늘렸어요. 주짓수도 3개월 동안 연마했습니다. 여성이 남성을 제압하기에는 복싱보다 조르기, 비틀기, 관절 꺾기 등 주짓수 기술이 효과적이거든요. 시합에 나가는 것만큼 부담이 컸습니다.”

전직 경호원이 펼칠 만한 액션에 대해 연구도 많이 했다. 그는 “경호원이기 때문에 공격보다는 방어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동생을 구하기 위한 액션이라는 점에서 한 동작 한 동작 절실하게 힘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각각의 액션 장면을 끊김 없이 한 번에 찍은 이 작품에서 이시영은 대역, CG, 와이어 없이 액션을 소화했다.

액션을 제외하면 ‘언니’의 스토리는 단순하고 평면적이다. 인애가 동생을 구하는 과정에서 성폭력, 룸살롱, 불법촬영 등 자극적인 장면이 관객들의 분노를 자아낸다. 액션 외의 감정 연기도 벅찰 법했다.

“‘언니’는 TV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룬 실제 사건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예요. 감정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습니다. 동생이 사라진 사건의 진실을 알아가면서 인애의 분노와 고통이 점점 커지죠.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인애의 감정이 고조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고민스러웠어요. 현실에서는 피해자만 있지만 영화를 통해서라도 복수를 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촬영 과정에서 선택과 타협의 순간도 많았다. 그는 “내가 복싱을 했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액션 대역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나은데 감독님은 ‘대역 없는 액션’을 원했다”고 했다. 또 “차량 추격 장면을 찍을 땐 차가 한 대뿐이라 NG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매 순간 정신을 바짝 차렸다”고 설명했다. 인애가 짧은 원피스 차림에 하이힐을 신는다는 설정도 부담을 더했다.

“여자라고 해서 굳이 빨간색 옷을 입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런데 감독님은 ‘빨간 옷에 하이힐을 신은, 약해 보이는 여성이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악을 응징하면서 그 상징성을 뒤집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액션도 부피감이 있는 옷을 입어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정말 기댈 곳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액션을 하게 된 거죠.”

2008년 데뷔 후 사랑스러운 역할을 주로 맡았던 이시영이 복싱을 배운 것은 단막극 출연을 위해서였다. 당시 출연은 무산됐지만 복싱은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실제 복싱 선수로 활동했고, 액션물 출연으로도 이어졌다.

“사실 액션도 좋아하고 코믹·로맨스 연기도 좋아해요. 이번 ‘언니’를 통해 더 본격적인 액션에 대한 갈증이 생겼어요. 하면 할수록 깊게 배워보고 싶은 욕망이 커졌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액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회만 있다면요.”

유청희 한경텐아시아 기자 chungvsky@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