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5일 오후 3시40분

한솔그룹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동시에 매물로 나온 국내 최대 신문용지 업체 전주페이퍼와 국내 1위 골판지 업체 태림포장 인수를 추진한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솔제지를 통해서다. 한솔은 두 회사 외에도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제지업체 인수를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한솔제지 매출의 양대축인 인쇄용지와 산업용지 사업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는 한편, 명실상부한 종합제지업체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켓인사이트] 한솔그룹, M&A로 '제지名家' 위상 회복할까
◆M&A로 성장 정체를 극복하라

한솔제지는 복사지 등 인쇄용지 시장의 28.1%, 식품용 포장재 등 산업용지 시장의 40.7%를 점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제지업체다. 하지만 정보기술(IT) 기기 발달로 종이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2015년 1조5117억원이던 한솔제지 매출은 지난해 1조7571억원으로 2년간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2015년 750억원에서 2016년 1221억원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675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반면 골판지와 신문용지의 업황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중국의 재활용 폐지 수입 중단으로 원료인 폐지값이 떨어지면서 원가가 크게 줄어든 덕분이다. 골판지업은 전자상거래가 늘면서 택배 물량이 폭발하는 수혜도 입고 있다. 이 덕분에 2015년 3503억원이던 태림포장 매출은 지난해 1조1000억원(계열사 연결 매출)으로 늘었다.

전주페이퍼도 2015년 465억원에 달했던 영업적자 규모가 지난해 150억원까지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154억원으로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경쟁사인 페이퍼코리아가 생산량을 줄이고 치킨게임을 주도하던 보워터코리아가 사업을 철수하면서 공급과잉이 해소된 덕분이다.

◆투자 회수 나선 사모펀드들

[마켓인사이트] 한솔그룹, M&A로 '제지名家' 위상 회복할까
전주페이퍼 지분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와 신한금융지주 계열 신한대체투자운용(옛 신한PE)이 58%와 42%를 각각 갖고 있다. 2008년 세계 최대 신문용지 업체인 노르웨이의 노스케 스코그로부터 81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신문용지 사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악화일로를 걸었던 실적이 최근 회복되자 10년 만에 투자 회수에 나섰다. 2010년 시작한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 사업이 최근 이익을 내기 시작한 것도 매각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최대 골판지회사인 태림포장은 토종 사모펀드인 IMM PE가 2015년 인수했다. 골판지 완제품을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 태림포장과 골판지 원지를 만드는 태림페이퍼 등 7개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IMM PE는 태림포장 지분 68.8%, 태림페이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IMM PE 역시 골판지 시황이 최근 급격히 개선되자 투자 회수에 나섰다. 이르면 올 연말 매각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종합제지업체 위상 회복 나서

전주페이퍼는 한솔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도 있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명예회장은 1965년 신문용지 제조업체인 새한제지공업을 인수한 뒤 공장이 있던 전주지역의 이름을 따 전주제지로 사명을 바꿨다. 1972년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한 전주제지는 1991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했다.

이 회장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 고문은 신문용지 중심에서 종합제지회사로 성장한다는 청사진 아래 이듬해 회사 이름을 한솔로 바꾸고 인쇄용지, 사업용지로 사업을 확대했다. IMF 외환위기로 재무상황이 악화되자 모태였던 신문용지 사업부를 매각한 회사가 손바뀜을 거쳐 오늘날 전주페이퍼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제지사업으로 출발한 한솔그룹이 ‘제지명가를 재건한다’는 의미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솔그룹의 자금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점은 장애물로 지적된다. 태림포장은 경쟁사인 신대양제지와 일본 왕자제지 등이 일찌감치 인수후보로 꼽히며 치열한 인수전을 예고하고 있다. 인수가격이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전주페이퍼의 인수가격도 수천억원에 달한 전망이다. 지난 1분기 현재 한솔그룹 지주회사인 한솔홀딩스와 한솔제지의 유동자산은 각각 3530억원, 6080억원이다. 한솔그룹 사정에 밝은 IB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 계획은 어느 정도 마련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