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원강 회장의 26년 원칙 "교촌 간판 달면 무조건 돈 벌게 하라"
‘갑질’ 논란에도 프랜차이즈는 지난 40년간 퇴직자와 창업자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해왔다. 골목에서 시작해 전국구 브랜드가 된 성공 신화도 나왔다. 한국경제신문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업계 전문가 50여 명의 자문을 받아 ‘좋은 프랜차이즈’를 찾아보기로 했다. ‘가맹점주가 살아야 프랜차이즈가 성장한다’는 기업가 정신을 지켜가는 곳들이다. 교촌치킨 외에 △스시노백셰프 △세탁전문점 크린토피아 △여성 전용 운동업체 커브스 △생활맥주 등이 새로운 한국형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치킨집은 ‘프랜차이즈의 정글’로 불린다. 우선 숫자가 많다. 전국에 3만6000개가 넘는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와 맞먹는다. 서울은 반경 1㎞ 이내에 치킨집이 평균 8.5개 있다. 3곳 중 1곳은 3년도 안 돼 망한다. 메뉴도 차별화가 쉽지 않다. 이런 ‘정글’에서 교촌치킨은 몇 년째 가맹점당 매출과 본사 매출 모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교촌치킨은 폐점률도 1%를 넘지 않는다. 매장당 하루 평균 치킨 90마리를 팔고, 100마리 이상 파는 곳도 전체 점포의 45%가 넘는다. “장사가 너무 잘돼 힘들어서 그만하겠다”는 점주는 있어도 “장사가 안돼 못하겠다”는 점주는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교촌치킨 가맹점주가 ‘아띠 제도’를 통해 상담받고 있다. 가맹점이 어려울 때면 본사 직원들이 긴급 출동해 무엇이든 도와준다. 교촌치킨 제공
교촌치킨 가맹점주가 ‘아띠 제도’를 통해 상담받고 있다. 가맹점이 어려울 때면 본사 직원들이 긴급 출동해 무엇이든 도와준다. 교촌치킨 제공
“가난한 점주 없게 하라”

1991년 교촌치킨을 창업한 권원강 회장(사진)에게는 절대불변의 원칙이 있다. ‘교촌’ 간판을 달면 무조건 돈을 벌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점포를 절대 무리하게 늘리지 않는다. 2003년 이후 10년 넘게 교촌치킨 매장 수는 950~1050개에 머물러 있다. 가맹점주끼리 영업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배달 가능한 지역을 인구 1만7000~2만5000명 사이로 철저히 제한한다. 이런 기준에 맞지 않으면 절대 가맹점을 내주지 않아 대기자만 항상 200~300명씩 줄을 서 있다. 권 회장은 평소 “경험상 1000가구가 상권의 전부이면 하루에 치킨 5~6마리밖에 못 판다”며 “교촌 간판을 달았는데 돈 못 벌면 다 내 책임”이라고 말한다.

권원강 회장의 26년 원칙 "교촌 간판 달면 무조건 돈 벌게 하라"
영업권을 보장하니 점포당 매출이 자연스럽게 늘었다. 2010년 2억5680만원이던 가맹점당 연매출은 지난해 5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본사 매출은 2911억원으로, 가맹점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같은 기간 세 배 이상 늘었다. 프랜차이즈 컨설팅을 하는 유재은 프랜코 대표는 “교촌치킨은 가맹점이 성공해야 본사가 성장한다는 프랜차이즈의 모범 구조를 확립한 사례”라고 말했다.

교촌치킨의 경영철학 뒤에는 권 회장의 경험이 녹아 있다. 노점상, 건설노동자, 택시기사 등 온갖 직업을 거친 그는 택시면허를 판 돈으로 막판에 구미에서 치킨집을 개업했다. 보증금 1000만원, 월세 40만원의 33㎡(10평)짜리 작은 가게에서 시작했다. 하루에 1만원 겨우 벌던 시절 1년 정도를 닭 튀기는 방법만 연구했다. 그때 터득한 방법이 지금의 교촌치킨을 만든 발판이 됐다. 생닭을 180도에서 10분 튀기고 꺼냈다가 다시 180도에서 2분 튀기는 방식은 국내 프랜차이즈 치킨 중 처음이었다.

7년 만에 신제품 내놔

신제품 출시 전략도 남다르다. 간장치킨이라는 교촌의 대표 메뉴는 다른 업체에는 없다. 경쟁사들은 1년에 몇 개씩 신제품을 내놓지만 교촌은 하나의 메뉴라도 모든 가맹점에서 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품질 관리에 더 힘을 쏟는다. 지난달엔 7년 만에 신제품 ‘교촌 라이스 세트’를 내놨다. 메뉴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똑부러진 하나에 집중하기 때문에 ‘오리지널’ ‘허니’ ‘레드’ 등 기존 세 가지 메뉴는 모두 골고루 연 1000억원 이상 팔린다. 다른 치킨 브랜드들은 프라이드치킨이 매출의 50% 정도를 떠받치고 다른 제품이 나머지를 메우는 게 일반적이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유행에 휩쓸려 신제품을 마구 내놓으면 당장은 매출이 올라도 곧 인기가 식어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며 “긴 시간 연구해 내놓은 메뉴가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으면서 가맹점과 본사에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다주는 장기적인 수익 구조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법률 상담까지 ‘24시간 소통’

교촌치킨에는 ‘아띠 제도’라는 게 있다. 아띠는 순우리말로 ‘친구’라는 뜻이다. 가맹점이 어려울 때 본사 직원이 긴급 출동해 무엇이든 도와주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가맹점끼리는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벤치마킹한다. 가맹점 하나하나가 마치 대기업의 부문처럼 경쟁하고 배우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 본사가 직접 조리 역량을 진단하고 솔루션을 주기도 한다. 가맹점을 찾아가 조리 직원을 집중 교육하고, 개선점이나 노하우를 전수한다. 가맹점별로 등급을 매겨 현장 진단을 하고 위생이나 매장 환경이 좋지 않을 경우 함께 관리하고 개선점을 찾는다.

인사, 노무, 법무 등의 법률 상담 서비스도 한다. 치킨점을 운영하다 보면 교통사고부터 고용, 상가임대차, 세무 등 다양한 문제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교촌치킨은 또 가맹점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가맹점 직원을 격려하는 ‘청년의 꿈’ 장학금 제도를 만들어 지금까지 총 835명에게 4억3668만원을 지급했다. 본사 물품 출고량 1kg 기준으로 사회공헌기금 20원씩 적립하는 ‘먹네이션’을 통해 소외계층도 지원해왔다. 교촌치킨의 한 가맹점주는 “가맹점만 내놓고 나 몰라라 하는 게 아니라 늘 우리 얘기에 귀 기울이고, 같이 해결책을 찾기 때문에 본사가 어떤 제안을 해왔을 때 점주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