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일본시장에 밤까는 기계 1000여대 판 중소기업인
서울 구로동 서부간선도로변에 있는 거산정밀(사장 강성길·58·사진). 밤까는 기계를 생산하는 업체다. 브랜드는 ‘밤박사’. 공장 면적이 200㎡ 남짓한 소기업이다. 전체 임직원은 강성길 사장과 그의 부인 및 아들을 합쳐 다섯 명에 불과하지만 기술력만큼은 ‘거산(巨山)’을 지향하고 있다.

강 사장은 10일 “해마다 일본으로 100여대를 수출해 일본 수출 누적 대수가 1000대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일본시장을 뚫은 것은 성능과 가격 덕분이다. 밤박사는 밤 1㎏을 45초 만에 까기 때문에 수작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산성이 높다. 원통 안에 생밤을 넣은 뒤 스위치를 누르면 고속 회전하면서 껍질이 까진다. 원통 밑바닥에 안전면도기 같은 형태로 칼날이 달려 있어 회전 도중 칼날에 밤이 스치면서 벗겨진다. 원통 표면은 아크릴로 돼 있어 작업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다. 강 사장은 “한 번 스위치를 누르면 1㎏의 밤이 680g 수준의 깐밤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그는 20세에 상경해 수도권의 볼트공장에서 일하다 27세 되던 1986년 독립해 자동차부품과 산업기계부품 등을 제작했지만 수취어음 부도로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강 사장은 “수주산업은 경기에 민감해 ‘나만의 제품’으로 승부를 걸기로 하고 이 분야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기계 제작에 재능이 있어 그동안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이 중 하나가 밤박사다.

10여년 전 이 제품을 완성하고 발명특허를 얻은 뒤 백화점 대형마트 등 국내시장에 납품했다. 자신감을 얻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고, 일본 식료품전시회에 출품한 게 대(對)일 수출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 강 사장은 “일본산 밤 탈피기는 깎인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밤 손실률이 너무 큰 데다 비싼 반면 한국 제품은 손실률이 낮고 가격도 저렴해 인기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 제품을 중국 캐나다 등지로도 수출하고 있다. 강 사장은 “조만간 멧돼지 포획기, 매실씨 제거기 등 아이디어 상품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