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올 1분기(1~3월) 일제히 뛰어난 실적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부터 이어진 이들 부품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2분기부터 살아나고 있어 당분간 반도체·디스플레이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디 '불'이 활활~
◆비수기 1분기에도 호황

1분기는 통상 IT제품 비수기다. 작년 말 팔고 남은 재고를 가격을 낮춰 파는 시기다. 그래서 1년 4개 분기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을 낸다. 하지만 올해 반도체·디스플레이 회사들은 이런 상식을 뒤집을 가능성이 크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6조7000억원)보다 40%가량 늘어난 9조원대 중·후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폰 갤럭시S8을 아직 출시하지 않았고 TV 가전도 신제품을 본격 판매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호실적을 예상하는 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1분기 5조원대 후반, 디스플레이에선 1조원대 초·중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두 부문을 합쳐 7조원가량을 버는 것. 1분기 잠정실적은 다음달 7일께 발표된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2조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작년 1분기(5618억원)의 약 4배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는 1~2월 약 69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1분기로는 1조원대 실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 영업이익 1조원 돌파는 회사 창립 이래 처음이다. 작년 1분기엔 영입이익이 395억원에 그쳤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가 집계한 증권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 평균치)는 삼성전자 9조765억원, SK하이닉스 2조1134억원, LG디스플레이 8201억원 수준이다. 이런 컨센서스는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반도체 강세, 디스플레이 보합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2일 2분기(2016년 12월~2017년 2월) 실적 가이던스를 주당 63센트에서 86센트로 높였다. 어니 매덕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반도체 수요(웨이퍼 기준)는 올해 20~25% 증가하는데, 공급은 15~20% 느는 데 그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수요 증가세가 탄탄해 다음 분기까지도 호황과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스마트폰과 TV, 노트북 등의 판매가 크게 늘고 있지는 않지만 기기 하나당 들어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많아져서다. PC 출하량은 줄고 있지만 하드디스크(HDD) 대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탑재가 대폭 늘면서 낸드플래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TV 판매 대수는 정체되고 있지만 대형 TV 선호도가 높아져 LCD 패널 공급면적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은 둔화됐지만 들어가는 D램과 낸드플래시 용량은 매년 커지고 있고, 애플과 오포 비보 등 스마트폰업체가 잇따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탑재키로 하면서 OLED 패널 부족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이는 가격으로 나타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작년 말 D램(DDR4 4Gb 512Mx8, 2133㎒) 고정거래 가격은 1.94달러였지만 2월 말에는 2.75달러를 형성하고 있다. 낸드플래시(64Gb 8Gx8 MLC)도 같은 기간 2.72달러에서 3.25달러로 올랐다.

LCD값도 강보합세다. 55인치 UHD 패널은 작년 12월 212달러였지만 올 2월엔 215달러에 팔리고 있다. 3월에도 50인치 이상 대형 패널 위주로 1%가량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IT기기 신제품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대형 LCD 패널값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