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연임 도전을 선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를린 트럭 테러라는 대형 악재에 부닥쳤다.

반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에 득세하고 있는 '독일을 위한 대안'(대안당)은 반(反) 이슬람 정서를 자극할 절호의 기회를 잡은 모양새다.

지난 2월 15세 소녀가 함부르크 중앙역에서 ‘이슬람국가(IS)’를 외친 뒤 경찰관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6월에 시리아인 3명이 뒤셀도르프에서 테러 기도 혐의로 체포되고, 다음 달에 아프가니스탄 출신 17세 난민이 열차에서 흉기를 휘둘러 관광객 등 4명을 다치게 하고, 그로부터 며칠 뒤 27세 시리아 남성이 인스바흐 음악축제장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저질렀을 때도 독일은 프랑스와 벨기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에선 비껴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베를린 트럭 테러는 이런 인식을 단숨에 걷어냈다. 메르켈 총리는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을 "테러"로 여기고 있다면서 "독일에서 보호와 난민 지위를 신청했던 사람이 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정말로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민을 돕기 위해 매일 헌신한 수많은 독일인에게, 우리의 보호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고 우리 국가에 통합하려고 애쓰는 많은 이들에게 정말로 혐오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난민 포용은 인간 존엄성 보호라는 명분에서 기꺼이 문호를 열었던 자신의 난민 정책이 이런 끔찍한 테러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자신도 받아들이기 힘든 심정임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자유와 개방, 그리고 함께 살기를 바라온 삶을 유지할 힘을 찾을 것"이라며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적 과업(난민 문제 해결)을 완수해 내리라 확신한다"고 발언해 왔던 메르켈 총리는 이날 이 말에 앞서 "비록 어려울지 모르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당장 메르켈 총리는 난민상한제 수용을 차기 연정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삼은 자매당인 바이에른주(州) 기독사회당(CU)의 공세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호르스트 제호퍼 바이에른주 기독사회당 대표는 "우리는 희생자들에게, 모든 국민에게 우리의 이민과 보안정책을 재고하고 변경할 빚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