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위해 현대자동차, 도요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업체와 정보기술(IT)·보험회사 등 글로벌 27개 기업이 참가하는 연합군이 출범한다. 세계경제포럼(WEF) 주도로 뭉쳐 자율주행 기술 단계별 안전 규격과 운행 규칙 등을 논의한다.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차세대 친환경차인 전기차 분야에서도 시장 공략을 위한 연합군 결성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자율주행차 연합군] 도요타·퀄컴·UPS·현대차…27개사 뭉쳐 '자율주행차 표준' 만든다
◆민간 차원 공통 기준 주도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7개 업체는 이달 미국 보스턴에서 자율주행차 실증 실험을 시작한 뒤 자율주행차 안전 규격 등 규칙 만들기에 나선다. 현대 도요타 닛산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BMW 볼보 등 12개 자동차 기업을 비롯해 스웨덴 에릭슨, 미국 퀄컴 등 IT업체도 참여한다. 차량공유 서비스 회사인 우버와 물류기업 UPS, 미국 리버티뮤추얼그룹과 일본 SOMPO 등 보험회사도 합류한다. 이들 기업은 두 달에 한 번씩 회의를 열어 의견을 모은 뒤 매년 1월 열리는 연례총회(다보스포럼) 등에서 성과를 공표할 예정이다. 자율주행차 관련 글로벌 유력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이 연합이 세계 공통의 제도나 기준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율주행차 기술 표준과 관련해 지난 9월 미국 교통부는 ‘운전자 완전 배제’를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현재 업계와 대중의 여론 등을 수렴하고 있으며 조만간 최종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유엔 전문가회의에 참여해 자율주행 기준 마련을 추진 중이다.

이번 글로벌 연합은 민간 주도로 의견을 통일한 뒤 각국 정부나 유엔 등이 표준을 제정할 때 의견을 반영해 갈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연합에 참가하지 않은 미국 테슬라와 구글, 포드자동차 등은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한 뒤 미 정부에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7개 기업과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테슬라, 포드, 구글 간 기술과 표준 선점을 위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만엔대 전기차 출시

전기차업계에도 원가 절감을 위한 연합 전선이 구축된다. 닛산과 르노, 두 회사의 동맹에 합류한 미쓰비시자동차는 2018년부터 자체적인 전기차 플랫폼 개발을 중단하고 닛산 전기차 리프의 플랫폼을 공동 사용하기로 했다. 닛산은 르노와 전략적 제휴 관계에 있으며 지난 10월 경영난에 빠진 미쓰비시차를 인수했다.

닛산은 2010년 12월 세계 처음으로 양산형 전기차인 리프를 출시했다. 리프 가격은 약 280만엔으로 동급 가솔린 자동차에 비해 50만엔 정도 비싸다. 2012년 르노도 소형 전기차 조에(ZOE)를 판매하기 시작해 르노·닛산의 전기차 누적 판매 대수는 37만대를 넘어섰다. 닛산과 르노는 전략적 제휴 관계에 있지만 지금까지 전기차 설계와 개발은 따로 해왔다.

3사는 플랫폼을 공통화하는 데 이어 모터와 인버터 외에 전기차 비용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사양도 일원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닛산은 현재 리프보다 20% 정도 저렴한 200만엔(약 2000만원)대 전반의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외관과 인테리어 등은 각사가 개별로 하고 브랜드 독자성도 유지하기로 했다.

이들 세 회사가 플랫폼 통합을 결정한 것은 비용 절감을 통해 전기차 가격을 가솔린차 수준으로 낮춰 경쟁사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올봄 테슬라는 400만엔대 고급 소형 세단 전기차인 ‘모델3’ 예약 판매에 들어가 1주일 만에 32만대 이상 판매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