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조직 내 숨어있는 '킹핀'…영향력 행사자를 찾아라
정치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나와 상관없다고 느끼기 쉽다. 정치란 국가 차원에서 하는 것, 권력을 갖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과 조직에도 정치가 필요하다. 조직 정치란 리더가 목표 달성을 위해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이해관계자를 움직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볼링을 친다고 생각해보자. 볼링공은 하나, 공을 던질 기회도 한 번만 주어진 상황에서 스트라이크를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앙에 보이는 1번 핀을 성급하게 공략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킹핀’이라 불리는 5번 핀을 공략해야 모든 핀이 쓰러지기 때문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목표 달성을 위해 리더 혼자 모든 사람을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리더는 조직에서 가장 파급력이 큰 사람, 바로 ‘영향력 행사자’를 찾아야 한다.

영향력 행사자란 좀 더 많은 사람의 머리와 마음을 사로잡는 데 필요한 자원이나 기술, 사회 연결망을 가진 핵심 인물을 말한다. 그렇다면 조직 내 누가 영향력 행사자일까.

일반적으로 임원이나 팀장을 떠올리기 쉽다. 직급이 높아 이들 리더가 하는 말과 행동이 주목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조직 내 파급력 강한 사람들이 있다. 해당 이슈 전문가, 이해관계자 집단을 연결하는 사람, 소문을 빠르게 내는 사람, 다른 사람이 본받고 싶은 사람, 또래 집단이나 소모임 운영자들이다.

조직에 날개를 달 수도, 역풍을 일으켜 망가뜨릴 수도 있는 존재다. 조직 내에서 소위 여론주도자라 불리며 골칫거리인 사람도 잘만 쓰면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내 한 에너지기업은 대대적인 프로세스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고민이 생겼다. 해외에서 선진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도입해 업무 효율화를 도모하려 했는데, 이를 인력 감축을 위한 조치로 생각한 노조에서 격렬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경영진은 과감히 노조 간부를 혁신 프로젝트에 참여시켰다. 초반에는 업무 진행조차 쉽지 않았다. 경영진은 이에 굴하지 않고 프로젝트의 목적과 방향을 명확히 설명하는 한편, 가장 우려하고 있는 인력 감축에 대해서는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기능 교육과 더불어 조직 신설 등을 통해 재배치할 것을 약속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이들이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효율화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혁신 프로세스가 진행될 땐 주요 변화 내용을 직접 현장에 전파하는 역할마저 수행했다. 혁신 프로세스는 성공적인 변화관리 사례가 돼 이후 전 계열사에 활용됐다.

영향력 행사자를 공식적인 조직에서만 찾으려 하지 말자. 때로는 비공식적인 조직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미국 전기회사 호손 공장에서 벌어진 흥미로운 실험을 살펴보자. 원래 목적은 조명 강도가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기 위한 실험이었다. 한 사무실에 실험 집단을 넣고 서로 친한 사람들로 배치했다. 그러자 조명 변화가 없어도 생산성이 올라갔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이런 비공식 모임 자체를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경영진이 직접 개입하려 하면 자칫 조직 내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권력이 그 자체 힘으로 사람들을 움직이는 것이라면 영향력은 스스로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다. 리더는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힘을 써야 한다. 힘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닌, 모두가 합의한 목표 달성을 위해 그 힘이 올바르게 쓰일 때 진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양나래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