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 부사장 "운전의 재미 안겨줄 고성능자동차 'N'…내년 준중형급 신차 출격"
현대자동차는 2014년 12월 BMW의 고성능차 개발을 총괄하던 알버트 비어만을 부사장으로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BMW에서 30여년간 고성능 ‘M’ 시리즈를 비롯해 각종 모터스포츠 참가 차량을 개발했다.

비어만 부사장은 지난해 4월부터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며 △고성능차 개발 △주행성능 △안전성능 △내구성능 △소음진동 △차량시스템개발 등을 총괄하고 있다. BMW나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수준으로 승차감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제네시스 EQ900도 그의 손길을 거쳤다.

현대차는 내구 품질이나 동력 성능, 충돌안전 등 자동차의 기본 기술에선 글로벌 경쟁자들을 빠르게 따라잡았다. 이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스티어링의 정교함과 매끄러운 가속력 등 감성적인 주행성능 향상을 통해 운전자에게 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비어만 부사장은 주행성능 향상의 핵심인 고성능차 ‘N’ 브랜드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N’은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짜릿한 운전의 재미를 주는 고성능차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9월 선보인 현대차의 고성능 라인업이다.

▷미래자동차에서 고성능차가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자동차는 여러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친환경차 등 과거에는 없던 기술이 등장하고 있죠. 자동차 성능도 놀랄 만큼 향상되고 있습니다. 높은 수준의 성능과 함께 운전의 즐거움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 이상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고성능차도 미래 차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겁니다.”

▷현대차의 고성능차 개발은 어디까지 왔습니까.

“현대차는 지난해 고성능 N 브랜드를 출범시켰습니다. N 브랜드의 목표는 자동차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짜릿한 운전의 재미를 주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겁니다. 현대차가 그동안 축적한 제품 개발력에 모터스포츠 참가를 통해 얻은 고성능차에 대한 경험과 기술력을 더해 ‘고성능 브랜드 N’의 이름으로 차량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내년에 첫 양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고성능차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은 C 세그먼트(준중형)급으로 개발 중입니다.”

▷‘운전의 재미’란 어떤 의미인가요.

“다양한 의미가 있겠지만 저는 자동차를 극한으로 몰아붙여서 한계를 경험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속도나 마력의 수치를 높이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차를 한계까지 몰아붙였을 때도 역동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즐거움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차에 대해 ‘어디까지 몰아붙여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조작에 자동차가 일관되게 응답해야 합니다. 또 차의 한계를 운전자가 명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사막이나 눈길 등 극한의 조건에서 경주를 펼치는 랠리카를 생각해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N 브랜드 차가 지닌 운전의 즐거움은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 몰아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현대차에 고성능 차량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고성능차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핵심 부문입니다. 현대차는 이전까지 편안하고, 상품성이 높고, 세련되며, 디자인이 좋은 차로 알려졌습니다. 우리의 다음 방향은 운전할 때 좀 더 즐거운 경험을 주는 것입니다. 또 자동차의 날렵한 디자인에 걸맞은 성능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현대차는 고성능 부문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계획입니다. 시장에서 이미 공고하게 입지를 다진 브랜드와 경쟁할 것입니다. 기존의 좋은 이미지는 이어가면서 서브 브랜드인 N을 통해 궁극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고성능차 시장의 미래와 N 브랜드 수요는 어떻게 봅니까.

“세계적으로 고성능차 시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은 고성능차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죠. 매달 새로운 고성능차가 나온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현대차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N 브랜드는 세계적인 고성능차와 경쟁할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N 브랜드 차량의 성능을 실제로 보고 느끼면 자연스럽게 차량을 구매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국내시장도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사람이 N 브랜드 자동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N 브랜드를 출시하면 고성능차 애호가들이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또 N 브랜드는 고성능차 판매뿐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통해 그룹 내 다른 차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N 브랜드가 언제쯤 BMW나 벤츠 같은 수준에 오를 수 있을까요.

“시간이 좀 걸리겠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반드시 그 수준에 도달할 것이며 아주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현대차는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아직 배울 것이 많기는 하지만 엔지니어들이 뛰어나고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에 빠르게 경쟁사들을 따라잡을 것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엔지니어들이 이끌어가는 기업입니다. 남양연구소는 매우 높은 수준의 엔지니어와 경험을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고성능차 부문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의 실력 역시 매우 뛰어납니다. 그룹이 갖추고 있는 다양한 인프라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열사인 현대제철에서 초고장력 강판을 많이 조달할 수 있습니다. 재료가 좋습니다.”

▷N이 기존 고성능차와 차별화된 점을 꼽아주십시오.

“N 브랜드의 지향점은 다른 최고 수준의 고성능차 브랜드와 비슷합니다. 운전의 재미, 주행성능의 정확성 등입니다. 현대차는 경주용 트랙에서 경주용차들과 겨룰 수 있을 만한 차를 만들려고 합니다. 어떤 환경에서든 일관된 성능을 보여줄 차를 내놓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른 고성능차 중에는 환경에 따라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N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정했습니까.

“고성능 브랜드에 붙은 N은 남양연구소를 뜻합니다. 또 뉘르부르크링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뉘르부르크링은 독일 라인란트팔츠주의 뉘르부르크시에 있는 자동차 서킷입니다. 세계의 고성능차들이 개발 과정에서 꼭 거쳐야 하는 험난한 코스죠. N 로고는 뉘르부르크링의 급커브 구간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N이 매우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N 브랜드로 개발 중인 2.0 터보 엔진의 테스트카가 지난 5월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 처음 출전해 완주하기도 했습니다. N은 단순한 마케팅 차원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의 차량 개발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현대차에서 맡고 있는 주요 역할은 무엇인가요.

“고성능차 개발, 주행성능 개발, 차량시험 등 3개의 센터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주행성능에는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 브랜드 등 모든 차량의 승차감, 핸들링, 소음진동, 제동성능, 안전성 등을 포함합니다. 3개의 센터가 같은 조직에 있어 고성능차의 기술이 양산차로 확산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차량시험은 내구성 시험과 충돌시험 등을 하는데 현대차의 내구성은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은

△1957년 독일 출생 △독일 아헨공대 기계공학 석사 △1983년 BMW 입사 △서스펜션, 구동시스템, 공조시스템 등 개발 담당 △2007년 BMW M 연구소장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