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동물학대·음주가무 방송에 난폭운전 생중계까지…'별풍선'의 노예가 된 BJ들
1인 방송 전성시대다. 웬만한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보다 더 다양한 프로그램, 연예인 못지않은 뛰어난 외모의 브로드캐스팅 자키(BJ)들이 하는 1인 방송이 청소년은 물론 성인층까지 ‘팬덤’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모습의 이면에는 1인 방송의 부정적 모습도 도사리고 있다. 자발적 시청료인 아프리카TV의 ‘별풍선’을 중심으로 한 일탈은 논란을 넘어 사회문제로까지 떠올랐다.

별풍선은 아프리카TV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화폐를 말한다. 시청자는 별풍선을 구입해 BJ에게 선물할 수 있다. 별풍선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한 개에 110원이다. BJ는 시청자에게서 받은 별풍선을 아프리카TV를 통해 개당 60~80원의 현금으로 받는다. 별풍선이 곧 현금이다.

이 때문에 일부 BJ는 별풍선을 얻기 위해 과도한 신체 노출이나 장애인 비하 등 자극적 방송으로 시청자를 끌어모으고 별풍선을 ‘구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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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위반하는 장면을 생중계하는 BJ들도 있다. 올해 3월 경찰에 입건된 한 BJ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외제차로 시속 60㎞ 제한 도로를 180㎞로 달리는 모습을 생중계했다가 불구속 기소됐다. 또 다른 BJ는 ‘베스트 BJ’를 받는 조건으로 자신의 여자 친구를 성상납했다는 주장을 생방송해 논란을 일으켰다. 동물 학대와 술·담배·욕설, 특정인을 비하하는 방송도 활개 치고 있다.

별풍선을 둘러싼 사건은 BJ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부 시청자 역시 별풍선을 이용해 BJ들의 환심을 사거나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범죄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지난 5월에는 한 여성 BJ에게 1억원 상당의 별풍선을 주고 4개월 동안 10여차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그 BJ의 나체 사진을 유포한 사건이 발생했다. 상당한 재력가라고 알려졌던 나체 사진 유포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재력가가 아닌 무직의 남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별풍선을 구입하기 위해 지인에게 5000여만원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TV에서 ‘회장님’으로 불리던 한 여성은 자신이 경리로 근무하던 회사에서 수억원을 빼돌려 이 중 1억5000만원을 별풍선 구입에 사용했다가 구속됐다.

아프리카TV를 즐겨본다는 직장인 김모씨(39)는 “별풍선은 노골적으로 BJ들이 요구하기도 하고, 채팅방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이 하루 최대 30만원 이상 결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데 비해 아프리카TV는 이보다 100배 많은 3000만원을 상한선으로 해 사실상 규제하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별풍선 구입은 여타 구매 서비스들처럼 본인이 사용하는 결제수단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며 “별풍선은 해당 BJ의 방송을 지지한다는 의미의 순전한 자발적 기부”라고 설명했다.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별풍선을 얻기 위해 일부 BJ가 자극적 방송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별풍선 개수 제한 등 자발적 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태헌 한경비즈니스 기자 k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