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두 젊은이의 죽음 앞에서
지난 5월17일과 5월28일, 안타깝게도 두 젊은이가 세상을 떠났다. 한 사람은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또 한 사람은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에서 꽃 같은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지난 1일에는 경기 남양주에서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로 4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하는 큰 사고가 일어났다. 이 기간에 한국 사회는 멈춰 서 버렸다.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과 사고들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사건과 사고는 세대와 계층을 넘어 모든 국민이 깊은 애도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런 일들이 그저 우발적으로 발생했거나, 부주의로 생긴 예외적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사고의 원인은 사회 시스템의 붕괴에 있다. 안전 매뉴얼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갖춰졌지만, 그저 ‘행정업무’에 그칠 뿐이다. 상급기관의 감사를 피해가면 그것으로 끝이다.

국회에서는 법을 새로 제정하고, 수많은 개정안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여전히 ‘법 따로 현실 따로’다. 국민적 공분을 살 만한 사건 및 사고가 발생해도, 관계 법령과 규정은 ‘빠져나갈 구멍’ 투성이다.

이 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치권에 있다. ‘죽을 죄’를 지은 건 다름 아닌 정치권이다. 필자도 ‘죽을 죄’를 진 사람이다.

그런데도 제20대 국회는 의장단과 상임위원회 구성 문제를 둘러싼 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다. 정치권은 우리의 가장과 부모, 아들과 딸들을 지켜주기는커녕 ‘밥그릇 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들은 “생리대 대신 휴지, 심지어 신발 깔창을 썼다”는 가슴 찢어지는 사연에 눈물을 훔쳤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정치가 없어질 순 없다. 사회에서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은 막중하다. 정치권은 합심해서 당장 한국 사회의 붕괴된 시스템 재건과 혁신에 뛰어들어야 한다. 죽기를 각오하는 심정으로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

호통치고, 책상 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나는 맞고, 상대방은 틀렸다”고 할 게 아니라,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점부터 인정해야 한다. 자존심 상하고,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그 길밖에 없다. 그게 민주주의의 숙명이다.

김용태 < 새누리당 국회의원 ytn@n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