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이 지하철 9호선(골드라인) 효과로 돈과 사람이 몰리는 ‘골드타운’으로 변신하고 있다. 서울 개화역에서 시작되는 9호선이 지난해 삼성동을 거쳐 잠실 종합운동장까지 연장되면서 서울 서남부에서 삼성동으로 오는 ‘원정 쇼핑객’이 급증했다. 앞으로 영동대로에 국내 최대 지하 도시가 들어서고 잠실 종합운동장이 대형 컨벤션타운으로 탈바꿈하는 등 개발 호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주변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골드라인' 타고 뜨는 삼성동 상권…가양·여의도 주민도 '지하철 쇼핑'
가양동에서 삼성동으로 쇼핑

2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작년 9월 9호선 봉은사역과 코엑스몰 내부를 잇는 지하 통로가 완공된 뒤 무역센터점의 평균 방문자 수가 21% 증가했다. 작년 8월까지만 해도 무역센터점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2만5000명이었지만 9월 이후 2만8000명으로 늘었다.

9호선 전철역 주변에 사는 소비자들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많이 찾았다. 작년 9월 전후로 거주지별 신용카드 결제액을 비교해보니 여의도동 거주자의 사용액이 9월 이전보다 가장 큰 폭인 15.8% 증가했다. 흑석동과 가양동 거주자의 사용액 증가율도 13.3%와 12.7%로, 무역센터점에 가까운 삼성동(6.8%)과 서초동(7.1%) 주민 증가율보다 높았다. 유동 인구와 상관성이 높은 식품 매출이 급증했다. 무역센터점의 전체 매출 중 13%였던 식품 매출은 9월 이후 15% 이상으로 늘었다. 식품 사업 덕에 올해 무역센터점의 전체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현대백화점은 내다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지하로 연결된 코엑스몰, GS파르나스몰도 9호선 효과를 보고 있다. 작년 8월까지 250만명이었던 코엑스몰의 월평균 방문객은 9월 이후 300만명으로 20% 늘었다. 같은 기간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지하에 있는 파르나스몰의 월평균 방문객도 80만명에서 90만명으로 12% 이상 증가했다.

인근 건물주 매물 거둬들여

삼성동 일대 부동산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영동대로변에 있는 건물 호가는 최근 두세 달 새 10%가량 상승했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유동인구가 늘면서 삼성동의 상권 흐름이 살아나고 있다”며 “9호선 연장노선 개통 이후 삼성동 주변 상가가 나오면 바로 팔리거나 세입자를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지난달 2일 서울시가 2021년까지 영동대로 일대에 국내 최대 지하상가를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나마 나와 있던 빌딩 매물도 모두 사라졌다. 부동산업계에선 건물 주인들이 건물 가치가 더 상승할 것으로 기대해 매각을 미루고 있다고 분석한다. 2014년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가 매각됐을 때 인근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뛰면서 매물이 사라진 것과 같은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호재가 잇따르면서 삼성동의 가치는 더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시 계획대로라면 2021년엔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9호선 봉은사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잠실야구장(1만3880㎡)의 30배 크기 지하도시와 국내 최대 복합환승센터가 건설된다.

2020년까지 강남 개포주공아파트 등의 재건축이 완료되면 1만5000여가구에 달하는 새로운 소비층이 삼성동 상권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1년엔 옛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현대자동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들어서고 2025년에 잠실종합운동장 일대가 국제 비즈니스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리앤정파트너스의 이진수 대표는 “삼성동의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각종 개발 공사가 시작되면 삼성동 쇼핑타운과 부동산 시장이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윤아영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