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탄산수 가격이 비싸다고?
국내 탄산수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제조원가보다 과도하게 비싼 탄산수 가격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탄산수의 원재료는 대부분 정제수와 탄산가스로 특별할 것이 없는 데다 영양성분이 거의 함유돼 있지 않아 일반 생수보다 가격이 크게 비쌀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3년간 네 배 성장한 탄산수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탄산수 시장은 최근 3년간 빠르게 성장했다. 2013년 200억원, 2014년 400억원이던 국내 탄산수 판매액은 8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이마트에서만 50여종의 탄산수를 판매하고 있다. 작년 이마트의 탄산수 매출은 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97.8% 급증했다.

탄산수 가격은 일반 생수보다 훨씬 비싸다. 롯데칠성음료의 일반 생수인 아이시스 8.0(500mL)이 편의점에서 850원에 판매되는 데 비해 탄산수 트레비는 똑같은 용량이 두 배 비싼 1600원에 팔리고 있다. 탄산수 제조업체들은 수원지와 제조공정이 일반 생수와 다르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차별화 전략에 따라 고급 용기를 쓰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다고 한다.

100mL당 수입원가 99.2원

탄산수는 보통 천연 광천수나 정제수에 탄산가스를 주입해 제조한다. 천연 광천수는 자연환경에서 오랜 기간 미네랄 성분이 용해돼 암석 틈에서 분출되는 물이고, 정제수는 증류나 정제 과정을 거쳐 이물질과 미네랄이 거의 없는 순수한 물이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에서 발표한 탄산수 원재료 성분을 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탄산수는 정제수와 탄산가스로만 이뤄져 있다.

국내 탄산수 업체가 제조원가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마진을 얼마나 남기는지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해외에서 들여오는 탄산수 수입원가를 통해 일정 부분 추정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4년 탄산수는 6381t이 571만2145달러에 수입됐다. 당시 환율 최고가인 달러당 1115원을 적용하고 100mL당 수입액을 계산해보면 탄산수 수입원가는 100mL당 평균 99.2원이다. 수입회사가 보통 100원이 좀 안 되게 들여온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용기 가격이 포함돼 있다.

국내 업체들이 내놓은 탄산수의 100mL당 판매가를 환산해보면 트레비 320원, 씨그램(코카콜라) 371원, 디아망(하이트진로음료) 371원이다. 수입 탄산수의 100mL당 판매가는 훨씬 더 비싸다. 페리에(프랑스)는 654원, 바두아(프랑스)는 1212원이고, 이드록시다즈(프랑스)는 2200원이다. 제조원가는 수입원가(평균 99.2원)보다 낮기 때문에 국내 탄산수 업체들은 적어도 제조원가의 세 배 이상, 수입회사는 여섯 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가를 정하는 것이다.

탄산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탄산수가 정제수에 탄산가스를 주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업체 간 맛의 차별성을 두기가 어렵다”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려는 마케팅을 펼치다 보니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dong2@hankyung.com

◆생각해보기

(1)탄산수와 명품

탄산수를 사는 것은 명품가방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명품가방은 가방 자체를 산다기보다 명품 브랜의 고급이미지를 사는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는 소비를 유인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탄산수를 사는 것은 물 자체보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를 산다는 뜻도 된다. 기능적으로 같은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기꺼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는 소비행태를 경제학자 베블런은 과시적 소비라고 했다. ‘베블런 효과’다. 대부분 소비자가 남의 눈을 의식해 소비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이런 소비는 사치품을 구매할 때 잘 나타난다. ‘인간은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경제활동을 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상식을 베블런은 거부했다. 탄산수 업체가 고가전략을 쓰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2)가격과 효용

우리는 흔히 어떤 상품 또는 서비스의 가격이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보다 높다고 느낄 때 ‘가격에 거품이 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탄산수 효용을 느끼지 않으므로 전혀 소비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 탄산수를 즐기는 사람은 탄산수 가격이 물 가격보다 높아도 기꺼이 소비한다.

기업들의 가격 정책은 제각각이다. 기업은 이윤을 마음대로 책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소비자의 수요와 경쟁업체의 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업체들이 담합해 가격을 정한다면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 시장에 자유경쟁이 있는 한 가격은 수요와 공급곡선에 따라 균형가격을 찾아간다. 독점 시장이 아니라면 가격을 경쟁사보다 내리는 기업도 반드시 나타난다. 가격 경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탄산수에 영양가가 있는지는 소비자의 구매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소비자의 주관적 효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가격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고기완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최용식/남건우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인턴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