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치료제 1위 품목, 대웅제약서 종근당으로 옮겨간 영향

올해 초 다국적제약사 MSD의 전문약 판권을 놓고 맞붙었던 대웅제약과 종근당의 매출 순위가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의 간판상품이었던 MSD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와 고지혈증 치료제, 뇌 기능 개선제 등 대형 제품의 판권이 일제히 종근당으로 넘어간 데 따른 여파다.

단, 대웅제약이 자누비아의 빈자리를 토종 당뇨병 치료제인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로 채우고 있어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종근당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천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 늘었다.

종근당이 1분기에 매출 2천억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연구개발(R&D) 투자 증가 등의 요인으로 32.6% 감소한 83억원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아직 1분기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1천900억원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대웅제약의 올해 1분기 예상 매출액 평균은 1천937억원이다.

이로써 매출 기준으로 탑5에 들었던 대웅제약은 5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종근당이 새롭게 상위권 제약사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종근당이 대웅제약의 대형 품목 판권을 가져온 데 따른 결과로 해석한다.

올해 초 MSD는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 시리즈(자누비아, 자누메트, 자누메트 XR)과 고지혈증 치료제 '바이토린', '아토젯' 등의 판매사를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옮겼다.

MSD의 자누비아 시리즈는 연간 매출이 1천억 원에 달하는 당뇨병치료제 처방시장 1위 품목이다.

고지혈증 치료제 바이토린과 아토젯의 합산 매출도 연간 600억원이 넘는다.

또 대웅제약이 15년 동안 판매해오던 이탈파마코의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의 국내 판권도 종근당이 가져갔다.

글리아티린은 지난해 대웅제약 전체 매출의 7.50%(600억원)를 차지한 효자상품이었다.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종근당이 대웅제약의 매출 2천억원 이상을 가져가게 된 셈이다.

실제 판권 이동 후 첫 분기 실적에서 종근당은 대웅제약 매출을 웃도는 결과를 냈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의 매출 공백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앞으로의 매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대웅제약이 대체재로 내세운 약품의 성장이 가파르다는 이유에서다.

대웅제약이 자누비아 대신 도입한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의 매출은 10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6억 원)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글리아티린 대신 자체 기술로 제조·판매하는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도 그간의 영업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1분기에는 판권 교체 과정으로 매출이 일시 주춤했으나 2분기부터는 제미글로 등 신규 도입약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면서 매출이 정상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