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카매니저로 인생 2막 연 개그맨 이덕재

방송 활동을 꽤 오랫동안 하지 않았지만 지금도 거리에서 알아보는 이가 적지 않다. 잘 만들어진 유행어 하나의 생명력이 이리 길다. 주인공은 과거 KBS 개그콘서트의 아이스맨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이덕재. 그가 쉐보레 카매니저로 변신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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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꽤 인기가 있었던 개그맨 아니었나
"연예인은 늘 불안전하다. 나 역시 과거 개그맨으로서 인기를 끌었지만 그것은 사막의 신기루와도 같다. 부침이 심하다는 뜻이다. 나 같은 경우는 방송에 얼굴을 비추는 시간이 줄어들자 인지도가 없어지고, 다시 방송일이 들어오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그러다가 5년 정도 중국에 머물렀는데,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방송을 비롯한 연예 활동을 다시 하려던 차에 우연히 자동차 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동차를 평소에 좋아했었나. 연예인이 자동차 판매에 뛰어든 일이 간혹 있기는 했지만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자동차를 싫어하는 남자도 있나. 나도 인기가 있을 때는 자칭 자동차 마니아였다. 갖가지 튜닝도 해봤다. 이를테면 튜닝 1세대다. 그래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일에 도전하기로 했다. 개그맨 생활을 했기 때문에 남을 설득하는 것에 조금 더 부드럽고, 재미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연예인들이 부업을 하는데, 대부분은 적성과 관계없는 일을 택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자동차 판매는 내 적성이나 능력과 상당 부분 어울린다"

-쉐보레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쉐보레 브랜드는 미국에 몇 개월 지낼 때부터 굉장히 친근했다. 미국에서는 현대차나 기아차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고, 판매도 많다. 중국에도 쉐보레가 도입됐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했고, 한국에 쉐보레 마크를 단 차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꽤 반가웠다. 마침 지금 소속된 일산 호수지점에 개그맨 선배인 최순석 과장이 일을 하고 있었고, 나도 자동차 판매에 뛰어들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다. 그게 지난 1월이다"

-영업 활동을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처음에 어떤 여성 고객이 나를 알아보고, 계약을 진행했다. 어쨌든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에 신뢰를 보내준 셈이다. 그런데 이 분의 계약 조건이 꽤 까다로웠다. 장애 등급을 가지고 계셨고, 공동 명의에 회사 프로모션, 출고는 부산이라는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나로서는 첫 고객이어서 경험도 없는 사람이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같은 전시장의 동료가 계약 성사를 위해 백방으로 도와줬다. 최종적으로 계약을 하진 못했으나 동료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자동차 영업의 어려움도 깨달았다. 원래 내가 처음 접하는 일은 잘되지 않는 징크스가 있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쉐보레 차 중에서 어떤 차를 가장 좋아하나
"스파크다. 브랜드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인데, 가격 대비 가치가 정말 높다. 특히 다양한 안전 시스템이 마음에 든다. 자식이 있기 때문에 차를 선택하는 기준도 점점 더 안전으로 쏠리게 된다. 스파크는 경차 임에도 갖가지 안전장치가 장착돼 있다. 물론 성능이나 편의장치 역시 동급 최고 수준이다"

-쉐보레의 장점은 무엇인가
"스파크를 좋아하는 이유와 상통한다. 바로 안전. 최근 고객들을 만나보면 무조건 연비가 좋은 차, 옵션이 좋은 차를 묻는다. 그런데 자동차라는 것이 결국 안전이 중요하지 않나. 사람이 타고 다니는 것이니까. 물론 적용 강판을 줄이면 무게가 가벼워지고, 연료효율은 저절로 높아진다. 그런데 쉐보레는 그런 타협을 하지 않는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쉐보레의 강점이다"

-아직 새내기 카매니저다. 영업 철학은 없나
"자동차 영업을 떠나 우리 나라의 모든 영업직은 사회적으로 약간 무시당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영업사원들도 그 분위기를 아니까 기계적으로 사람을 상대할 때가 있다. 고객을 그저 돈으로만 보는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영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영업사원으로서 자존감과 자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자동차 영업을 하는 것은 내가 못나서가 아니기 때문에 나를 위해 일하자고 다짐한다. 자동차 판매는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일이고, 웃음과 행복을 주는 영업을 하고 싶다. 그게 바로 내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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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카매니저가 되고 싶나
"주위에서는 내가 차를 판매한다고 하니까 '이것저것 해보다가 안 되니 차까지 파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전혀 그런 관점이 아니다. 교육 중에 영업은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직업적인 긍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사달라는 판매 방식은 지양한다. 고객을 돈으로 대하는 사람은 오래 가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날 필요로 하는 영업을 지향하겠다. 여기에 전문성도 확보할 생각이다. 우리 제품뿐 아니라 경쟁 제품까지도 아우르는 식견도 중요하다"

-최종 목표가 있나. 보통 판매왕을 노리던데
"앞으로 1년에서 1년 반은 비즈니스 노하우를 익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앞서 얘기했지만 단순히 판매를 늘리는 것보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판매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간 내공을 쌓으면 최종적으로 쉐보레 신입카매니저 교육에 도전해보고 싶다. 영업 노하우는 물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나 재미있게 말하는 법을 교육하는 것이다. 상투적인 영업 스킬이 아니라 인간미가 흐르는 그런 영업 말이다. 그 기회가 나에게 언제 올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 전까지는 많이 듣고, 보고, 판매하겠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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