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신사업의 장벽, 규제 트라이앵글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신사업 규제 철폐의 절박성을 호소했다. 대한상의는 “한국의 낡은 규제 프레임이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글로벌 선점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도록 조속히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대한상의가 꼽은 이른바 ‘규제 트라이앵글’은 이 땅에서 신사업을 사실상 가로막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승인 등 사전규제, 정해진 사업만 할 수 있도록 하는 포지티브 규제, 안전성 인증을 비롯해 각종 기준 미비 등 세 가지 규제 중 어느 하나에라도 안 걸릴 신사업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혈당 관리나 심박수 분석 등에 필요한 스마트폰 앱 출시에도 의료기기와 같은 기준이 요구되고,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한 인공장기나 피부를 제작해 판매하려고 해도 안전성 인증 기준이 없어 못한다. 혈액 이용 의약품, 기능성 화장품 등은 정부가 미리 정해놓은 것 외에는 아예 인정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신사업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창조경제 구호 속에 틀에 박힌 전시행정에 갇혀 있을 뿐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원회 등이 창조경제에 융자 보증 등 정책자금을 동원해 80조원을 투입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전국에 규제 프리존을 만든다고 새해들어 또 외쳤지만 기업이 진정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투자는 기업이 알아서 할 테니 정부는 제발 신사업 규제만이라도 확 걷어달라는 게 대한상의의 호소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심지어 중국까지 신사업 규제철폐에 나서는 판에 한국만 못하니 기업의 위기의식이 오죽하겠나.

정부는 규제 프리존을 외칠 게 아니라 대한상의가 적시한 규제들만이라도 바로 걷어내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국회도 네거티브 규제원칙, 규제비용 총량제 등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게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신사업 규제를 놔두고 경제를 살리자는 건 허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