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경쟁하는 자동차·부품주…미국 수출 의류·타이어주 '괜찮아요'
지난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안정세를 찾아가던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올 들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일컬어지는 달러당 1200원 선을 가볍게 넘어섰다. 주식시장의 반응은 어둡다. 달러 강세에 따라 수출주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통념보다는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걱정 말아요 ‘수출주’

환율 급변에 따른 주식시장의 불안은 커졌지만 수익성과 이익안정성 등을 세분화해 따져본다면 ‘위기 속에서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표적으로 환율 수혜주엔 자동차업종이 꼽힌다. 국내 자동차와 관련 부품업체들은 원·달러 환율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신흥국 경기 둔화로 이익이 함께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뿐 아니라 위안화와 엔화 등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국내 자동차 회사에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는 의견을 냈다. 중국 위안화 절하로 인해 일본 엔화 약세 추세가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만큼 일본과 경쟁하는 수출 제품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기 때문이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인 송관종 파트너는 “엔화 강세에 따른 수혜주는 단연 작년 일본 엔화 약세로 고민하던 자동차주”라며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의 주가가 반등을 시작했고 부품주인 현대모비스 역시 전고점을 향해 상승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와 S&T모티브 등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특히 상품 및 고객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기업들은 매출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평모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의 수요가 올해에도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인 이슈에 의해 주가가 좌우되는 시대에 오히려 편견을 버리고 실적과 성장성을 갖춘 자동차와 관련 부품업체를 선택하고 집중할 시기”라고 말했다.

‘톱픽(최선호주)’으로는 현대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과 현대모비스, S&T모티브 등 부품업체들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인 홍은주 파트너는 “친환경 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으면서 전기차 구동모터 등을 제조하는 S&T모티브의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 회사는 GM 현대차그룹 등 고객도 다양한 편이기 때문에 이익 안정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흥국 수출 비중이 낮은 수출주도 우려보다는 수혜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 직접 수출하는 비중이 높은 의류업체와 타이어 제조업체 등이 대표적인 환율 수혜주로 꼽힌다. 임종혁 파트너는 “대표적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인 영원무역과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넥센타이어 등이 환율 상승에 따라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며 “북미 쪽 매출 호조가 두드러지는 업체들이 환차익과 더불어 안정적인 실적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산성앨엔에스 등 新환율 수혜주

일본과 경쟁하는 자동차·부품주…미국 수출 의류·타이어주 '괜찮아요'
대형 수출주뿐 아니라 화장품, 의료기기 등 새롭게 수출주로 부상한 기업들도 투자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수·서비스시장은 꾸준히 고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출주로 떠오른 화장품과 의료기기 업체 등이 대표적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연우 등과 같은 화장품 원재료 업체들의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주 파트너는 마스크팩 제조업체인 산성앨엔에스와 의료기기업체 바텍을 새로운 환율 수혜주로 꼽았다.

환손실 우려로 빠져나갔던 외국인들이 다시 매수를 시작하면 어떤 종목을 사들일지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저유가 국면에서도 정제마진 개선과 마진 폭이 큰 등유와 경유 수출 비중이 높은 정유사들이 외국인 선호 종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태웅 파트너는 “환율이 과도한 상승에 따른 점진적인 조정이 시작되면 외국인이 매도를 멈추고 매수를 재개할 것”이라며 “정제마진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SK이노베이션 등에 매수세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새로운 먹거리인 자동차 전장부품 부문에 집중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LG전자와 대형 국내 판권 도입과 일본 등으로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종근당이 관심 종목으로 언급됐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