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입체영상, 사물감지센서, 그래픽의 정확성 등은 그 동안 가전분야에서 꾸준히 발전해 왔던 기술이다. 그러나 자동차에 가전 기능을 속속 접목하면서 그 경계는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 무너지는 장벽의 속도도 예상보다 빠르다.

흔히 "가전과 자동차의 차이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이동성'과 '고정성'을 꼽는다. 자동차는 '이동(Mobility)'이라는 본질적인 목적성을 가진 반면 가전은 한정된 공간 내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하지만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도 이동성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자동차를 가전에 가깝다고 여기기도 한다.

[칼럼]자동차와 전자기업, 무조건 만나게 되는 이유

같은 '이동 가전'이라도 명확히 다른 점이 있다. 자동차는 사람을 태워 이동시키는 반면 가전은 사람이 휴대한 채 움직인다는 점이다. 즉 자동차는 실내에 탄 사람의 안전을 지켜야 하지만 가전은 휴대한 사람이 깨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차이점을 빌어 자동차업계는 그 동안 가전의 자동차영역 침범을 허용(?)하지 않았다. 디터 제체 다임러그룹 회장은 "IT 및 전자기업은 '안전'이 중요한 자동차분야를 결코 넘을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다.

그런데 가전이 기술 발전 덕분에 자동차기업의 최대 보루였던 안전영역으로 서서히 들어오고 있다. 사물을 감지하는 센서의 경우 작아지되 성능은 좋아지고, 영상의 입체적인 구현은 자동차 스스로 주행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오류 가능성도 줄어들어 교통사고 없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장벽의 무너지는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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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CES 현장은 이런 두 업종 간의 친밀감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박람회로 손색이 없다. 가전업계 외에 이제는 '절반의 자동차쇼'로 불러야 할 만큼 자동차관련 기업의 참여가 많아서다. 이들은 '자율주행'이라는 미래 이동수단 개발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가전 기술을 접목해 왔고, 한 곳에 모여 또 다시 경쟁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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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가전이 자동차영역에 흡수될수록 자동차 또한 소비자 가전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부품회사 보쉬의 경우 이미 휴대전화사업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미세전자기계 시스템(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흔히 '멤스(MEMS)'라 부르는 센서다. 멤스는 자동차 외에 스마트폰 및 웨어러블 전자기기에 활용한다. 글로벌 시장의 스마트폰 4대 가운데 3대에 보쉬 센서가 들어갈 만큼 보편화돼 있다. 그러니 상상력을 발휘하면 보쉬라고 삼성전자를 위협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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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가전 기술 확보는 꾸준히 진행해 왔다. 용도만 다를 뿐 자동차를 하나의 이동하우스로 보면 수많은 전자제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가령 오디오, 에어컨, 시트 등을 집으로 가져오면 홈오디오, 고정형 에어컨, 쇼퍼 등이 되는 식이다. 따라서 자동차와 부품업체의 가전사업 진출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양측이 공통적으로 시선을 둔 곳이 바로 통신이다. 전자제품의 핵심이 곧 외부기기 연결이고, 이를 기반 삼아 사물인터넷을 추진해 왔다. 그러자 자동차기업도 움직이는 자동차를 하나의 통신 디바이스로 보고, 외부 사물과 연결을 진행했다. 전자업계가 '사물인터넷'이라 하는 걸 자동차에선 '연결성(Connectivity)'이라 부를 뿐 본질적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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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서히 손을 맞잡고 있다. 2016 CES에서 폭스바겐과 LG전자는 자동차와 스마트홈분야에서 각각의 장점을 취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차 안에서 스마트홈의 전자제품을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는 연결성, 전자회사는 사물인터넷을 늘리다보니 결국 서로 만날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그렇게 본다면 앞으로 자동차와 손잡는 전자 및 IT기업이 속출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다만 누가 먼저 악수를 청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먼저 손 내밀고 악수하는 기업이 미래에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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