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송·통신 상생 고려한 '황금 주파수' 배분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신 가운데 방송과 통신을 상징하는 신이 있다면 누구일까.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헤르메스가 연금술의 신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현대의 방송과 통신 서비스는 단순한 음성 전달을 넘어 마치 연금술처럼 초고화질 영상을 전달하고 금융·교육·의료 등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해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삶의 편리함을 국민에게 안겨주고 있다. 이에 비춰보면 그리스 로마인들이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방송과 통신 서비스가 연금술을 펼치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가 있다. 방송과 통신 서비스를 실어 전달하는 주파수다. 과거에는 주파수를 이용하는 분야가 한정돼 있었고 방송·통신 서비스가 사용하는 데이터가 적어 주파수가 넉넉했다. 선입선출 방식으로 주파수를 제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러나 방송·통신을 넘어 국방, 교통, 재난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파수를 요구하고 방송·통신 서비스 또한 대용량화하는 현시점에서 과거와 같은 전파관리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유한한 자원인 주파수를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 국민에게 최대한의 편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라는 질문이 전파관리의 화두가 됐다.

아날로그TV 방송 종료에 따라 유휴대역으로 확보한 700㎒대역 분배 역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방송과 통신 모두 지상파 초고화질(UHD) TV 도입과 모바일 트래픽 대응을 위해 700㎒ 전 대역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대역을 지상파 UHD 용도로만 사용하면 모바일 트래픽 대응과 이동통신 서비스 고도화가 어려워지고, 이동통신만을 위해 사용하면 지상파 UHD 도입과 방송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가 어렵다. 방송과 통신은 모두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다. 따라서 지상파 UHD 도입과 모바일 트래픽 대응 모두를 달성할 수 있는 700㎒대역 주파수의 효율적 활용 방안 마련이 필요했다.

정부는 지상파 UHD 방송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이동통신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는 700㎒대역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방송이 지상파 UHD용으로 일정 부분 활용하고 이동통신이 700㎒대역 일부를 광대역 LTE 주파수로 사용하는 방안이다. 방송과 통신이 700㎒대역을 효율적으로 균형 있게 사용함에 따라 방송의 경우 UHD 콘텐츠 활성화, 장비·단말산업 성장 등 UHD 생태계의 선순환이 기대된다.

이동통신 분야는 무선 인프라 고도화를 통해 4세대(4G)보다 1000배 빠른 5G로 용이하게 진화할 것이고, 이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연결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초연결 시대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700㎒대역을 분배한 후 주파수 이용 주체 등 다양한 구성원의 노력도 중요하다. 주파수 정책이 제대로 시행돼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관련 산업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방송사·통신사의 적극적인 투자, 학계·연구소 등의 기술개발 등 구성원의 협조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최재유 <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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