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소이 압구정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제품을 발라보고 있다. 아이소이 제공
아이소이 압구정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제품을 발라보고 있다. 아이소이 제공
직장인 여성 김모씨(32)는 최근 화장품 성분을 분석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았다. 평소 자신이 즐겨 쓰는 해외 유명 화장품을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다. 피부에 유해한 성분 15가지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른 명품 브랜드 제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성분이 좋은 제품을 검색했다. 아이소이, 마녀공장 등 국내 중소형 천연화장품 브랜드가 나왔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유해 성분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소이 등 판매량 급증

중소 천연화장품 '스마트슈머' 입소문 타고 돌풍
최근 아이소이, 마녀공장 등 국내 중소형 천연화장품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화장품 분석 앱 등을 이용해 성분을 꼼꼼히 따지는 ‘스마트슈머’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스마트슈머란 스마트(smart)와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 등을 활용해 실용적인 소비를 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소셜커머스 등이 발달하면서 입소문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외 명품 브랜드에 밀려 소외됐던 중소형 천연화장품 업체들은 이 같은 열풍을 타고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소 천연화장품 '스마트슈머' 입소문 타고 돌풍
‘아이유 화장품’으로 알려진 아이소이는 대표적인 천연화장품 업체다. 2009년 설립 당시 매출은 24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220억원에 달했다. 올해엔 3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불가리안 로즈 블레미쉬 케어 세럼’이다. 이 화장품은 ‘지우개 세럼’으로 불리며 입소문이 났다. 불가리안 로즈 오일 등 천연성분으로만 만들어져 여드름 흔적 등을 지우고 피부톤을 밝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진민 아이소이 대표는 “지우개 세럼은 2012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이 100만병을 넘어섰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더 판매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녀공장의 ‘갈락토미세스 나이아신’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12년 출시된 이 제품은 유수분 조절 능력이 뛰어난 갈락토미세스 발효여과물이 97% 함유된 에센스다. 마녀공장 측은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는데도 입소문으로 27만병이 팔렸다”고 말했다.

○인지도보다 성분 따져

국내 천연화장품 업체는 그동안 국내외 유명 브랜드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명품보다 자신의 피부에 맞는 실용적인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화장품 분석 앱과 소셜커머스 활성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화장품 성분을 분석하는 앱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는 2013년 출시 이후 다운로드 수가 100만건을 넘어섰다. 이곳엔 국내외 2097개 브랜드의 4만7256개 제품이 등록돼 있다. 제품별로 20가지 주의 성분, 알레르기 성분 등이 있는지 알려준다.

유통망이 다변화한 영향도 크다. 과거엔 백화점 등에 입점해야만 브랜드를 알릴 수 있었다. 지금은 소셜커머스 등이 발달하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쉽게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 마녀공장 측은 “소셜커머스에선 순위와 제품 판매량이 노출된다”며 “소비자의 사용 후기 등에 힘입어 상위권에 오르기만 하면 마케팅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