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출, 하나·외환은행 줄고 우리·국민 늘어
통합을 앞둔 하나, 외환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줄어든 반면 우리, 국민은행은 증가세를 보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대기업들이 하나-외환은행이 합병할 경우 ‘동일인 여신한도 제한’에 걸릴 것을 우려해 미리 대출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은행법은 대기업 대출 때 동일인 여신을 개별 은행 자기자본의 25%(개인과 개별 기업은 20%)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행은 이 같은 틈새를 파고들며 대기업 모셔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출 마진은 거의 없지만 월급통장 유치, 퇴직금 계좌 개설 등을 통해 부수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나·외환銀 대기업 대출 감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이 3개월 만에 약 1조원 감소했다. 3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잔액은 하나은행 13조9933억원, 외환은행이 15조9583억원이다. 지난해 말 대비 하나은행은 9356억원, 외환은행은 475억원가량 감소했다.

한꺼번에 대기업 대출잔액이 줄어든 것은 이례적이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앞두고 동일인 여신한도를 미리 맞추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동일인 여신 한도를 어기면 초과 여신액의 10%를 과징금으로 물어야 한다.

하나금융그룹 측은 이에 대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 위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대기업 대출자산을 줄이는 대신 중소기업 대출을 7000억원가량 늘린 게 대기업 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의 상반된 리스크 평가

우리은행은 최근 적극적으로 대기업 거래기반 확대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의 3월 말 대기업 대출잔액은 20조6891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1조3630억원 급증했다. 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5064억원이 늘어 3월 말 잔액이 16조8033억원에 달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대기업 대출을 확대하지 않고 현재의 시장점유율(8%)을 유지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순이자마진(NIM)이 크지 않아 수익성 제고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 대출의 경우 100억원을 빌려줬을 때 순이자마진은 0.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올 들어 우리·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상반된 대기업 대출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나중에 어느 쪽이 미소지을지 주목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대기업 대출 자산을 끌어오면 퇴직연금 계좌부터 급여이체통장처럼 이자를 적게 줘도 되는 ‘저원가성 예금’ 거래를 늘릴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은 대기업 대출자산을 한꺼번에 많이 늘리면 그만큼 부실 위험 부담도 커지는 만큼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