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의 교역상대국 통화에 대한 실질실효환율이 4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7일 보도했다. 미 달러화는 물론 중국 위안화와 유로화 등에 대한 상대적 가치도 낮아져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엔화 실질실효환율 42년 만에 최저…日 수출경쟁력 '쑥쑥'
엔화가치는 지난 5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21.69엔까지 하락해 2007년 7월 이후 7년4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해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 완화를 결정한 10월 말 이후 10엔 이상 급락했다.

엔화는 미 달러뿐 아니라 다른 나라 통화에 대해서도 상대가치가 크게 낮아졌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엔화의 실질실효환율(2010년=100)은 지난달 70.88로 1973년 1월의 68.88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실질실효환율이란 명목환율에 교역 상대국의 물가지수와 수출구조를 가중치로 반영해 구한 수치다. 실질실효환율이 낮을수록 통화가치가 약세라는 의미로, 수출경쟁력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995년 ‘초엔고’ 시기에는 150까지 간 적이 있었으며 2012년 상반기에도 110에 육박했다.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이 떨어진 것은 2012년 9월 이후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일본과 무역 규모가 큰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일본 수출기업은 엔저에다 낮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역사상 유례 없는 유리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리한 환율 여건에서도 수출이 크게 늘지 않는 것은 일본 기업이 해외 현지 생산을 늘린 데 따른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